“서민들은 지갑 닫고, 상위 1%는 페라리 뚜껑 연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22 05:00:00

연두색 번호판 효과 ‘시들’…1억 넘는 법인차 판매 다시 증가
“이미지 리스크보다 세제 혜택 우선시하는 경향 뚜렷해져”
소비 양극화로 진단…고소득층 구매력 여전히 탄탄한 편
일반 소비자층, 경기 침체로 점점 지갑 닫고 있는 상황

1억원이 넘는 고가 법인 차량의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사적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연두색 번호판’ 정책의 효과가 점차 약해지면서, 법인을 통한 초고가 차량 구매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개인 명의의 럭셔리 수입차 구매도 함께 증가하면서, 고급차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등록된 1억원 이상 법인 차량은 1만222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991대)보다 2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들의 법인차 등록이 두드러졌다.
페라리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115대가 등록됐다.

포르쉐는 1827대로 30% 이상 늘었다.
람보르기니(100대), 롤스로이스(49대), 애스턴 마틴(22대) 등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들도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참고로 애스턴 마틴은 지난해 같은 기간 단 1대만 법인 명의로 판매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차량에 대해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며 세제 악용을 견제하고자 했다.

이는 중소기업 오너, 자영업자, 고소득 전문직 등의 사적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2023년 법인 명의 수입차 등록 비중은 35.3%로, 2022년(39.7%)에 비해 4.4%포인트 감소하며 정책 효과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법인차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며 연두색 번호판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 제도의 초반 경고 효과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제도에 익숙해지면서 이미지 리스크보다 세제 혜택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고가 수입차를 개인이 직접 구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4월 개인 명의로 등록된 1억원 이상 차량은 85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858대)보다 9.1% 증가했다.
법인과 개인을 합친 초고가 차량 등록 수는 2만792대로, 1년 전보다 약 3000대 늘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럭셔리 차량 판매가 오히려 늘자,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신차 출시와 전시장 확장 등 마케팅 활동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소비 양극화’로 진단한다.
고소득층의 구매력이 여전히 탄탄한 반면, 일반 소비자층은 경기 침체로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초고가 차량 수요가 견조한 것은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 양극화가 자동차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