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제도선 미래예측 가정 '자율성' 부여…일부서 '보수적 가정' 필요성 제기
감독당국 가이드라인 제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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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업계에서 회계상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감독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보험업계에서 예상손해율과 관련해 '실적 부풀리기'가 가능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IFRS17제도에서는 미래 계리적 가정을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추정하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래 예상 수익을 부풀리는 '고무줄 회계'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 손해율과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관련해 이미 감독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만큼, 이번에도 관련 제재가 나타날지 여부가 주목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보험사별로 예상손해율 추이가 다르게 나타난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각 보험사별로 장기보험 예상손해율 산정과 관련해 구체적 근거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금감원은 공시된 전체 상품 예상손해율 외에, 주요 담보별 손해율까지도 상세히 검토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조사는 최근 보험업계에서 불거진 '실적 부풀리기' 의혹 때문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14일 콘퍼런스콜에서 "실손 손해율과 무·저해지 해지율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장기손해율 가정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실적손해율보다 예상손해율을 현저히 낮게 가정한 회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IFRS17 회계기준은 보험사의 부채(보험금 지급 예상액)를 '현재 시점 기준'으로 측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미래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예상손해율 가정도 현재 정보를 반영해 다시 추정한다. 과거와 달리 손해율은 더 이상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실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고 그 변화가 이익·손실로 직결되는 구조다. 따라서 예상손해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해 높이면 보험계약마진(CSM)이 줄어들어 실적이 하락하고, 반대로 낙관적으로 판단해 예상손해율을 낮추면 실적이 개선된다.
예를들어 보험료 100만원에 손해율을 70%로 가정하면 보험금 70만원을 제한 30만원을 장기간 나눠 이익으로 인식(CSM)한다. 만일 예상손해율이 70%인데 실제 손해율이 85%로 나타나게 되면 보험금은 85만원 지급되고, 이때는 예실차가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즉, 처음부터 너무 낙관적으로 예상손해율을 잡으면 추후 더 큰 손실이 나타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손해율 가정을 낙관적으로 제시할수록 실적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IFRS17 도입 이후 매년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IFRS17 도입 1년차인 2023년에는 보험사들이 CSM을 높게 잡기 위해 실손보험 손해율을 지나치게 낮게 가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실손보험 전체 손해율은 103.4%로 집계됐는데, 일부 보험사들은 이보다 낮은 90%대의 손해율을 산정하기도 했다.
2년차인 지난해에는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을 너무 높게 잡는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무·저해지보험은 고객이 중도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보험인데, 고객이 해지할 경우 보험사는 보험료만 받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을 높게 잡으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가 줄어들어 CSM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이번 장기보험 손해율 가정 논란과 관련해서도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있었던 실손보험 손해율 가정과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관련해 금감원은 보수적 접근을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주장이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손해율을 낮게 설정하면 CSM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자칫 예실차 마이너스가 커질 우려가 있기에 과도하게 손해율 가정을 낮추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손해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당기순이익이 올라갈 여지도 생긴다. 예상손해율을 높게 가정하면, 손해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때 예실차 이익이 발생한다면 당기에 바로 이익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이익은 1699억원으로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상손해율을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축소해 가정하는 것 자체가 결국 어떻게든 부작용으로 돌아오게 된다"면서 "결국 최대한 적확한 예상치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감독당국도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신중히 결정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