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어인천 조종사들 '역차별' 반발…'이직 목적' 비행경력증명서 발급더팩트 기사제공: 2025-05-23 10:24:02

사모펀드 운용사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주주로 있는 에어인천 조종사 50여명 중 27명은 최근 이직 목적 비행경력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에어인천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에어인천 조종사들이 아시아나 출신과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에어인천으로 넘어가는 아시아나 조종사들 반발에 이어 에어인천 내부에서도 노사 갈등이 발생한 셈이다.

2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사모펀드 운용사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주주로 있는 에어인천 조종사 50여명 중 27명은 최근 '이직 목적' 비행경력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에어인천 조종사 노동조합 소속 30명 중 대부분이 경력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이는 회사의 조치에 대한 항의성 행위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과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 이관을 조건으로 걸었다. 지난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는 에어인천이, 유럽 4개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넘겨받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각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 진에어와, 에어서울·에어부산도 합병된다. 현재 에어서울·에어부산 노사는 상대적으로 임금을 많이 받는 진에어 처우와 같은 수준으로 올리고자 단계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절차를 밟고 있다.

에어인천 조종사는 같은 '식구'가 되는 아시아나 출신과 같은 처우를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지난해 6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같은 해 말 임금 10%를 인상해 주겠다고 밝혔다. 최종 인수일인 오는 7월 1일 동일하게 맞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상 이유로 오는 7월 1일 이후에도 당장 아시아나 출신과 처우를 동일하게 맞추기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측은 아시아나 출신 연봉과 에어인천 소속 조종사 연봉 차액 50%를 올려주고 1년 안에 나머지 50%를 인상해 맞추는 안을 제시했다.

에어인천 조종사 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에어인천 사무실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출신과 같은 임금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에어인천 조종사 노동조합

강인구 에어인천 부사장은 지난 12일 임금·단체협약 1차 회의에서 "2단계로 올라간다. 일단은 50 대 50으로 보면 된다. 잔여 50%는 경영환경에 따라 당겨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는 "수용 불가다. 원안대로 동일임금 약속을 이행하라"라고 말했다.

에어인천 조종사들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데 처우가 다른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에어인천 조종사들은 항의성으로 이직 목적 비행경력증명서 발급을 신청하고 실내 묵언·피켓 시위에 이어 지난 22일부터 서울 강서구 마곡 사무실 앞에서 야외 집회를 시작했다.

에어인천 조종사들은 7월 1일 이후 처우를 맞춰주지 않으면 법적 행동도 검토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난 조치다. 수치 문제가 아니라 기다렸던 동일한 조건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상처를 입었고 신뢰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인천 관계자는 "노사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서로를 위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 조종사는 개별동의 없이 대상자를 선정해 전적을 명령한 것은 부당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전적명령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개별동의 절차를 무시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지난 22일 전적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전적명령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아시아나는 "화물사업 분리 매각 절차가 원활히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