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인 소비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형 가격 정책”
자영업자들 고정비 줄이기보다 회전율 높이는 전략 선회
주류, 과거 안정적인 수익원…‘미끼 상품’으로 사실상 전락
정부·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지원, 유연한 가격 정책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전략 병행돼야 외식업계 생존
고물가로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술값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외식 수요가 줄자 자영업자들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주류 가격을 대폭 낮추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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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
24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업체에서 판매된 소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했다.
소주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이다.
같은 기간 편의점 소주 가격은 0.3% 하락하는 데 그쳤는데, 음식점 가격 하락폭이 3배 이상 큰 셈이다.
맥주 역시 음식점에서는 지난달 가격이 0.3% 떨어졌으며, 이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 같은 현상은 자영업자들의 ‘울며 겨자 먹기’식 주류 할인 마케팅에서 비롯됐다.
외식업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주류 마진을 일부 포기하고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은 여전하지만, 일단 손님을 끌어 매출을 늘리는 쪽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주요 상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강남의 한 순대 전문점은 메뉴 하나만 주문해도 소주 1병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식당은 4인 이상 단체 손님에게 소주·맥주를 무제한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회식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음식점 주류 가격이 1만원대를 형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전략이 단기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지만, 고객 회전율을 높이고 음식 판매를 늘리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적게 남기고 많이 파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3년째 이어진 외식업 불황이 자리잡고 있다.
음식점업 생산지수와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는 2023년 이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음식점과 마트를 모두 꺼리는 소비자 경향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주류 업체들이 출고가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외식업계는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에는 출고가 인상 시 음식점 주류 가격이 병당 1000원가량 오르곤 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심리를 감안해 가격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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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외식업계의 주류 가격 인하는 단순한 할인 전략이 아닌 구조적인 소비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형 가격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고정비를 줄이기보다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특히 주류는 과거 안정적인 수익원이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미끼 상품’으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급단가가 오르고 있음에도 소비자 심리를 고려해 이를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자영업자들은 일부 마진을 포기해도 매출 회복을 통해 탄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고객 유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외식업의 수익 구조 개선이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경고한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지원, 유연한 가격 정책,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전략이 병행되어야 외식업계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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