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ROE 15%·자기자본 15조원 달성 목표
배당 아닌 성장 초점…IMA 인가·보험사 인수 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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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6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정부가 상장사의 밸류업 공시를 권고하면서 KB금융이 2024년 5월 27일 가장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지 정확히 1년 만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한림 기자] 주주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침묵하던 한국금융지주가 마침내 이를 이행했다.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 실적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지주사 중 유일하게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아 주주 환원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권고가 있은 지 1년 만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부적인 밸류업 계획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전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오는 2030년까지 15%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기자본 15조원 이상을 달성해 경영진의 비전과 전략 공유 확대를 위한 투자자 신뢰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5년 뒤 ROE를 15%로 확대하는 방안이 눈길을 끈다. 2003년 설립된 한국금융지주는 평균 ROE 12.1%로 경쟁사 대비 높은 ROE를 기록해 왔다. 한국투자증권이 호실적을 따내면서 순이익이 급증한 지난해에도 ROE 11.5%를 따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순이익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밸류업 공시에 적힌 대로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앞서 밸류업 공시를 이행할 때 밝힌 ROE 목표(10%)도 웃돈 수준이다. 실적 대비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주가 역시 이러한 ROE 확대 정책을 통해 상승 기대감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기자본 목표(15조원)의 경우 지난해 9조7000억원을 달성해 향후 5년간 5조원을 넘게 늘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올해부터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종합투자계좌(IMA) 라이선스 획득 도전이나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이후 언급한 신규 보험사 인수 추진 등 신사업 확대가 자기자본 목표 달성을 위해 사실상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투자시스템 정교화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보험사 인수 등으로 장기 해외투자를 통한 수익률을 개선할 방침이다"며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심의 기업가치 제고 추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등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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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 지주사 중 유일하게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주주들의 질타를 받아 왔다. /더팩트 DB |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밸류업 공시가 뒤늦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에도 ROE나 자기자본 등 지주사의 성장 계획만 담겨 있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한국금융지주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연간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영업이익 5188억원을 따내면서 2위 미래에셋증권(3462억원)을 크게 앞지르는 업계 1위를 달성했기 때문에 이익 증가에 따른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을 기대한 주주 입장에서는 의아하다는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율은 1분기 말 기준 김남구 회장이 20.70%, 장남 김동윤 한국투자증권 대리가 0.60%, 국민연금이 12.09%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는 5.36%에 달한다.
핵심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의 주주환원 성향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주주환원률 35% 이상을 목표한 미래에셋증권이나 30%를 목표한 키움증권,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와 500원 이상 배당수익 보장 등을 약속한 NH투자증권,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공시한 메리츠금융지주 등 경쟁사의 밸류업 계획과 대조적이다.
결국 주주환원보다는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도 지난 정기 주주총회 이후 취재진을 만나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묻는 말에 대해 "성장하려면 자본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남들보다 늦은 밸류업 발표 안에서도 경영 기조를 끝내 유지한 셈이다.
한편 주가는 한국금융지주의 지각 공시에도 2021년 이후 52주 신고가를 달성하며 반응을 보였다. 전날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3% 오른 10만100원으로, 10만원대 주가 또한 4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단 하루 뒤인 27일 장에서는 오전 12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00% 내린 9만9000원에 거래되면서 다시 10만원대 이하로 내려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가 그간 실적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한 이면에는 밸류업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주주환원책에 인색하고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지 않은 실망감이 일부 반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도 "자사주 활용 없이 외형 확대를 통한 순이익 증가에 방점을 찍은 이익 성장만이 주가 부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IMA 인가나 보험사 인수 등 잠재적 순이익 확대 여부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