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갇힌 글로벌 전기차…줄줄이 감산·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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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한파가 불고 있다. 28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전체 인력의 약 7%인 3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볼보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실행 계획은 자동차 산업이 외부 환경에 상당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더욱 강력하고 탄력적인 볼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로 수요가 둔화되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구조조정과 감산, 가격 인하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28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전체 인력의 약 7%인 3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볼보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실행 계획은 자동차 산업이 외부 환경에 상당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더욱 강력하고 탄력적인 볼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볼보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약 2조6000억원(18억9000만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볼보는 당초 올해 전체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수요 부진과 충전 인프라 부족, 보조금 축소 등의 요인으로 전략을 수정해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 예고까지 더해지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관세 부과는 7월 9일까지 유예된 상태지만, 이미 25%의 기본 관세와 10~20% 수준의 상호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다음 달 말까지 총 22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까지 인하한다고 밝혔다. 초소형 전기 해치백 '시걸'은 기존 6만9800위안(약 1290만원)에서 5만5800위안(약 1030만원)으로 20.1% 인하됐고, 준대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세단 '실'은 34% 내린 10만2800위안(약 19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 '아토3'로 판매 중인 '위안 플러스'는 11만5800위안에서 10만3800위안(약 1800만원)으로, 기본형 모델인 '위안 업(UP)'은 170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북미 완성차 업계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포드는 지난해 11월 2027년까지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전체 직원의 약 14%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전체 직원 2만8000여명 중 약 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디트로이트의 전기차 전용 공장 '팩토리 제로'에서 약 200명을 일시 해고하며 생산 조정을 단행했다. GM은 팩토리 제로에서 △허머 EV △GMC 허머 △쉐보레 실버라도 E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등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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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너럴모터스(GM)는 디트로이트의 전기차 전용 공장 '팩토리 제로'에서 약 200명을 일시 해고하며 생산 조정을 단행했다. GM은 팩토리 제로에서 △허머 EV △GMC 허머 △쉐보레 실버라도 E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등을 생산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일본 제조사들도 전기차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다. 닛산은 전 세계 생산거점을 기존 17곳에서 10곳으로 줄이고,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2만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혼다도 EV 투자 계획을 10조엔에서 7조 엔으로 축소하고 판매 목표를 낮추는 대신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전환 중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1공장 2라인 가동을 전날부터 중단했다. 해당 라인은 아이오닉 5와 코나EV를 생산하며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셧다운이다. 올해 1~4월 아이오닉 5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9%, 코나EV는 42.1%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향 전기차 수출은 2.9% 줄었고, 전체 자동차 수출도 19.6% 급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전기차(BEV)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38.5% 반등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14%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중국 내수 부양과 유럽 환경 규제 강화 등의 긍정적 요소에도, 미국의 고율 관세 등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수요 위축이 여전히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수출과 내수 부진의 여파로 올해 이차전지 생산은 4.4% 감소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 역시 2년 연속 생산 위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 부과와 친환경 정책 후퇴가 국내 전기차·이차전지 산업의 수출과 생산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기차 수요가 꺾였다기보다 확산 정체 구간에 접어든 상태"라며 "환경부 보조금조차 소진되지 않는 건 제조사 탓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 정체의 결과로, 정부와 기업의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