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겨울철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의 품종 개발에 이어 종자 생산과 건초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주기 국산화 기술 체계를 구축했다고 28일 밝혔다.
임기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이번 성과는 농촌진흥청이 농업 연구개발(R&D) 혁신 과제로 추진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축산농가 생산비 절감)' 결과로 국산 풀사료 생산 전 과정을 국산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사례"라며 "이를 통해 그동안 국내 풀사료 산업계의 약점으로 작용했던 품질 불균일, 수입 의존, 가격 변동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국내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겨울철 사료작물이다.
전체 풀사료 재배면적의 약 66%, 생산량 기준으로는 동계 사료작물의 약 8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재배면적은 2016년 4만6000㏊에서 2023년 8만9000㏊로 증가했고, 종자 소비량도 같은 기간 꾸준히 증가(4945→8089t)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종자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산 품종도 대부분 해외에서 채종(씨앗을 골라서 따는 것)돼 기후나 물류 불안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2024년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신품종인 '스파이더'를 개발했다.
스파이더는 건물(마른풀)수량이 1㏊당 10.1t으로, 수입 품종 '플로리다 80' 대비 생산성이 약 14% 높다.
또 벼 수확 후 재배가 가능한 답리작 체계에도 적합하다.
현재 전남 영암, 경남 진주, 경남 고성, 전북 남원, 충남 논산 등 전국 5개 지역, 총 42㏊에서 실증 재배 중이다.
종자 업체 2곳에 기술이전을 완료해 보급 기반도 마련했다.
농진청은 종자 건조기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종자 건조기는 드럼 회전과 열풍을 이용해 1기당 하루 2t 이상의 종자를 균일하게 건조할 수 있다.
알팔파와 톨 페스큐, 사료피 등 다양한 사료작물의 종자도 건조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채종 시기가 장마철과 맞물리고 건조 시설이 없어 어려웠던 종자 건조가 수월해질 것으로 농진청은 기대하고 있다.
농진청은 2021년 개발된 열풍건초 생산기술을 이번에 처음 전주기 기술 체계에 통합해 생산, 유통과의 연계를 갖췄다.
열풍건초 생산기술을 통해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수분 15% 내외로 빠르게 건조해 품질이 균일하고 저장성 높은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수입 건초 대비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약 36% 저렴해 축산농가의 사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
현재는 한국마사회와 협업해 공공 승마장에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열풍건초를 공급하고 있다.
농진청은 향후 정책사업과 연계해 대규모 열풍건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농축협과 협력해 축산농가 전반으로 확대, 유통할 계획이다.
임 원장은 "국산 풀사료 품종 스파이더를 중심으로 국내 종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수입 건초를 대체할 국산 열풍건초 생산 기반을 함께 강화하면 안정적인 풀사료 자급 기반을 앞당겨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품종 개발부터 유통까지 연결된 기술 체계가 완성되면서 수입 의존과 가격 불안정이라는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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