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로 시작된 M&A 질주, 연매출 1조원 눈앞
사모펀드 자금에 차입까지…성장 이면의 리스크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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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크레이버코퍼레이션 등을 인수한 구다이글로벌이 뷰티업계 M&A 큰손으로 떠올랐다. /구다이글로벌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천주혁 대표가 이끄는 구다이글로벌이 화장품 업계에서 M&A(인수합병)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소 뷰티 브랜드를 잇따라 흡수해 올해 연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다만 K-뷰티의 이례적인 열풍 속에서 급격하게 외형을 확장한 탓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공격적인 M&A로 차입금이 불어나고 있는데다, 유행이 빨리 변하는 뷰티업계에서 인수한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크레이버코퍼레이션' 등 총 3곳의 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구다이글로벌이 최근 '독도토너'로 유명한 '서린컴퍼니'도 인수에 나서면서 업계 내 존재감이 커졌다. 서린컴퍼니 인수까지 완료되면 올해 구다이글로벌의 매출은 1조원 돌파가 유력해진다.
구다이글로벌은 화장품 유통사업을 하던 천주혁 대표가 지난 2015년 설립한 회사다. 2019년 처음 인수한 '조선미녀' 브랜드가 미국 아마존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했다. K-뷰티의 인기가 조금씩 높아지던 시절 미국 온·오프라인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조선미녀는 2020년 당시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1년 30억원 △2022년에 400억원 △2023년 1400억원 △2024년 3237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조선미녀의 성공으로 K-뷰티 가능성을 본 구다이글로벌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는 중이다. 지난해 쿠션으로 유명해진 '티르티르'와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색조 브랜드 '라카', 미국 아마존에서 유명해진 ‘스킨1004’ 등을 품에 안았다.
구다이글로벌이 인수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해외에서 강하다는 것이다. 주로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 위주로 M&A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구다이글로벌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496억원을 기록, 국내 뷰티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뛰어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은 이미 국내나 해외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수했다"며 "불과 몇 년 사이 매출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일각에는 구다이글로벌의 이러한 급성장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브랜드 인수에 상당한 재무적투자자(FI) 자금이 투입된데다 차입금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다이글로벌은 티르티르 인수 당시 사모펀드인 더함파트너스와 함께 뛰어들었고 크레이버코퍼레이션 인수전에서는 미래에쿼티파트너스·더터닝포인트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서린컴퍼니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손잡고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FI 자금이 투입되면 당장 인수금액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며 "다만 향후 FI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브랜드 3곳을 인수하며 차입급이 급격히 불어난 점도 리스크다. 구다이글로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4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9억원에 불과했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360억원으로 급증했다.
아울러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 열풍 속에서 중소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만큼 조만간 옥석가리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제조시설 없이 위탁생산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책임판매업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지난 2019년 1만5707개에서 2023년 3만1524개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다시 2만7932개로 줄어들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뷰티 시장에서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성공한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구다이글로벌이 인수한 브랜드에 얼마만큼 투자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