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1년 만 사령탑 교체…추형욱·장용호 두 수장 과제는더팩트 기사제공: 2025-05-29 15:36:03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왼쪽)로, 장용호 SK㈜ 대표이사(오른쪽)를 총괄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SK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SK이노베이션이 1년 만에 사령탑을 교체했다. 연말 인사가 아닌 5월에 수장을 교체하는 이례적인 결정에는 장기화된 실적 부진에 대한 강한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임으로 장용호 신임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추형욱 신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함께 선임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장용호 SK㈜ 대표이사를 총괄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기존 대표이사이자 총괄사장으로서 리밸런싱(사업 재조정) 전략을 수립·실행한 박상규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사의를 밝혔다.

박상규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에서 교체가 확정되면서 약 1년2개월만에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표면상으로는 건강상 이유지만 업계에서는 E&S 합병 이후에도 장기화된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연결 기준) 매출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최근 4개 분기 중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한 3개 분기가 영업 적자일 만큼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정유·화학 사업은 실적이 악화했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2차전지 사업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로 타격을 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이 주도했던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이 무산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당초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SK엔무브를 상장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전 사장은 지난 3월 제18차 정기주주총회 이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SK엔무브는 기유(석유계 윤활유의 주원료) 시장 세계 1위 업체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적절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IPO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동을 걸면서 네 번째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자산 100조원 규모의 핵심 계열사 수장을 중간에 바꿀 만큼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신규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의 턴어라운드와 에너지 및 화학 사업 실적개선을 위해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을 지속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장용호 SK㈜ 대표이사를 총괄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박상규 당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가운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왼쪽), 이석희 SK온 사장(오른쪽)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이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서 주주들과 경영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새 사령탑에 오른 두 경영진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서 위기를 타개할지 이목이 쏠린다. 경영진 중간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만큼 얼마나 빨리 위기를 극복할지가 관건이어서다. 장용호 총괄사장은 SK그룹 내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사업의 성장 전략을 주도한 전략가로 투자 및 기업인수합병(M&A) 영역에서도 전문성을 입증해 왔다. SK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리밸런싱 작업을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만큼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투자 관리와 리밸런싱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추형욱 신임 대표이사는 SK그룹 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1974년생으로 SK그룹 내 대표적인 젊은 경영인으로도 꼽힌다. 2021년 SK E&S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저탄소 LNG,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수소 사업 등 4대 핵심사업 기반 성장 전략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이후 E&S CIC 사장과 시너지추진단장을 겸임하며 양사의 역량 결집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왔다.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에서 대표이사로 격상되며 책임이 무거워졌다.

박상규 전 사장의 기존 역할을 기능 중심으로 쪼갠 만큼 각자의 특기를 살려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추 대표이사가 장 총괄사장과 힘을 모아 지난해 11월 합병한 SK이노베이션과 E&S 사업 시너지를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말까지는 이같은 투톱 사령탑 체제를 유지한 뒤 정기 인사에서 또다시 계열사 CEO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SK는 지난해 5월에도 원포인트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바 있다. 박경일 전 SK에코플랜트 사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김형근 현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