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삼성중공업 매년 증가세…HD현대중공업 '50% 이상'
매년 늘어나는 산재 피해자…최근 6년간 6000건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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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받은 산업재해 승인 자료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사고성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315건 △2021년 374건 △2022년 490건 △2023년 617건에 이어 2024년에는 702건으로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산업재해 승인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6년간(2020년~2025년 4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주요 3사의 누적 승인 건수가 총 585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2937건으로 절반 이상(50.2%)을 차지해 가장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으로 집계됐다.
30일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받은 산업재해 승인 자료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사고성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315건 △2021년 374건 △2022년 490건 △2023년 617건에 이어 2024년에는 702건으로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4월까지는 총 186건이 승인됐다.
산재처리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질병에 대해 근로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근로자는 소견서 등 관련 서류를 갖춰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요양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고에 의한 '사고성 산재'와 질병에 의한 '직업성 질병 산재'로 구분되며 사고성 산재는 골절, 열상 등의 신체 외상이 주로 해당된다.
질병 산재 승인 건수는 2023년 642건에서 2024년 398건으로 감소하면서 사고성 산재와 질병성 산재를 합한 전체 승인 규모는 △2020년 880건 △2021년 1098건 △2022년 1183건 △2023년 1259건에서 2024년 1100건으로 소폭 줄었다. 올해도 4월까지 335건이 승인돼 누적 승인 건수는 총 5855건에 이르며 연간 기준 1000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3사 나란히 증가세…HD현대중공업 '과반'
회사별 승인 추이를 보면 HD현대중공업은 사고·질병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고 승인은 2020년 156건에서 출발해 △2021년 175건 △2022년 224건 △2023년 265건 △2024년 284건으로 증가했다. 질병 승인은 2020년 319건에서 △2021년 362건 △2022년 404건 △2023년 421건까지 확대됐다가 2024년에는 190건으로 줄었다. 올해 4월까지 사고 승인 82건, 질병 승인 55건이다.
한화오션은 사고 중심의 승인 비중이 두드러졌다. 사고 승인은 2020년 121건에서 △2021년 159건 △2022년 207건 △2023년 251건 △2024년 31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질병 승인은 2020년 187건에서 2021년 28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09건 △2023년 131건 △2024년 121건으로 감소했다.
한화오션 측은 "조선업 불황기를 지나 인원과 작업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산재 건수도 자연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한화오션은 사고 은폐를 방지하고 투명한 산재 처리를 위해 신고 및 산재 신청을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부터 3년간 총 1조9000억원 규모의 안전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스마트 안전 야드 구축, 통합관제센터 및 설비 교체, 안전문화 프로그램 도입 등을 착실히 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력사 포함 안전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외부기관과 함께 안전경영 평가 체계를 마련 중"이라며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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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조선소 작업 환경은 본질적으로 위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안전 설비 도입이 노동 강도 증가나 감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며 "기업이 기술 투자나 스마트 안전시스템을 도입하려 해도 현장 노사 간 신뢰 부족으로 인해 적용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 전경. /HD현대중공업 |
삼성중공업은 전체 승인 총량은 적지만, 2022년까지는 질병 승인 비중이 사고보다 높았던 점이 특징이다. 이후에는 사고 승인 건수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사고 승인은 2020년 38건에서 △2021년 40건 △2022년 59건 △2023년 101건 △2024년 105건으로 늘었고, 질병 승인은 2020년 59건으로 시작해 △2021년 80건 △2022년 80건 △2023년 90건 △2024년 87건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21년부터 전체 인원이 지속적으로 증가, 인력 증가에 비례해 단순 산재 신청도 함께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외부 병원 진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대 재해는 오히려 감소했고, 근력 부담 등 신체 피로로 인한 경증 질병 신청이 증가하면서 승인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작업량 증가·노사 신뢰 부족이 구조적 원인"
전문가들은 산업재해 증가의 배경에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산업재해 증가 원인에 대해 "2016년 수주 절벽 이후 조선업 건조량이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작업량 증가에 따라 산재 발생도 자연스레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구조조정 이후 숙련 인력이 빠지고 비숙련 인력이 다수 투입된 점도 사고 증가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선소 작업 환경은 본질적으로 위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안전 설비 도입이 노동 강도 증가나 감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며 "기업이 기술 투자나 스마트 안전시스템을 도입하려 해도 현장 노사 간 신뢰 부족으로 인해 적용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안면인식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위험 구역을 통제하는 데 반해 국내 조선소는 아직도 수기 출입 확인에 의존하고 있다"며 "효율적이고 저비용의 안전 기술 도입이 시급하지만, 현장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승인 건수가 유독 많은 이유를 두고는 "사업장 규모 자체가 다른 조선사보다 크고, 조선 외에도 엔진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이 포함돼 있어 집계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야드(작업장) 구조가 오래되고 복잡한 것도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작업 동선이 직선적이고 단순한 구조에 비해, 좁고 굴곡진 환경은 관리 포인트가 많아지고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21년부터 건조 물량이 늘면서 사고 승인 건수도 함께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당사는 조선업계에서 가장 큰 생산 규모를 가진 데다, 작업 물량 자체가 많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와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개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