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HD현대·한화, MADEX서 미묘한 신경전…해군참모총장 '말실수'도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1 00:06:03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HD현대중공업 부스에서 양용모 해군참모총장과 함께 있는 모습.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28일 MADEX 한화 부스에서 전시 내용을 점검하는 모습. /최의종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황준익 기자]

◆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HD현대 리셉션서 'HD현대한화' 발언

-다음으로 조선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주최로 격년마다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HD현대와 한화가 신경전을 벌였네요.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성공 이후 한미 조선산업 협력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올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역시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쏠렸는데요.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새 출발한 뒤 2년 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공동으로 부스를 꾸렸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LIG넥스원과 통합부스를 운영했습니다. 규모로 보면 한화 3사 통합 부스와 HD현대중공업·LIG넥스원 통합부스 크기가 비슷했습니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관계를 생각하면 반한화 전선이 구축된 셈입니다.

-각 업체가 2년 만에 열린 MADEX에서 공통적으로 '미래'를 강조했네요.

-한국 조선업계를 향한 전 세계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HD현대와 한화, HJ중공업, LIG,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풍산, 대한항공 등 모두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국내·수출·미래 함정 등 3가지 테마로 전시 부스를 꾸린 HD현대중공업은 미래 섹션에서 미래함정 콘셉트 'HCX 시리즈' 진화형인 'HCX-25' 등을 언급했습니다. 한화는 한화오션의 함정 역량에, 전투체계(CMS) 시장 선두주자인 한화시스템 무인체계를 강조했습니다. 양사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에서 갈등을 빚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역시 각 사가 적합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너가의 일원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 모두 MADEX 부스를 찾았는데.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고요?

-개막식이 열린 지난달 28일 오후 먼저 김 부회장이 한화 부스를 찾았습니다. 취재진 모두 김 부회장에 방문 배경을 물었으나 내부에서 임원과 대화를 나누고 현장을 돌아본 뒤 곧바로 벡스코를 떠났습니다. 수십 분 뒤 HD현대중공업이 리셉션 행사를 열며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방문했는데요. 정 수석부회장은 '최고'를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리셉션에는 LIG넥스원 신익현 대표이사, KAI 강구영 대표이사 등이 참석하며 '반한화' 업체가 모이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신 대표는 HD현대중공업과 협업을 강조했습니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인공이 된 셈입니다.

-HD현대중공업에서 진행한 리셉션 분위기를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정 수석부회장은 조선시대 거북선을 설계·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나대용 장군을 언급했습니다. 거북선이 정 수석부회장의 조부인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조선업 영감을 준 점에서 현대가 '적통' 이미지도 챙긴 발언입니다. 이후 함께 리셉션을 진행한 LIG넥스원 신익현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며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장을 지낸 최병로 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도 발언했습니다. 다만 최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고발당한 강구영 KAI 사장은 발언하지 않고 행사 뒤 현장을 떠났습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도 리셉션 행사에 방문했네요. 양사 리셉션 모두 방문한 것으로 아는데 '건배사'는 무엇이었나요?

-양 총장은 HD현대중공업 리셉션 행사에서 첫 마디로 'HD현대한화'라고 말하며 말실수를 했습니다. HD현대와 경쟁 관계에 있는 한화가 내심 신경 쓰인 듯합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KDDX를 놓고 양사 갈등이 치열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양 총장은 건배사로 해군에서 쓰고 있다는 '바다로, 세계로'를 언급했습니다. 양 총장은 곧바로 열린 한화그룹 리셉션 행사에 방문했습니다. 한화 리셉션에서는 좀 더 짧은 '원, 팀'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양사 갈등에 지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날 정 수석 부회장이 주인공인 된 분위기 속에서 김 부회장은 둘째 날 재차 방문했네요.

-맞습니다. 김 부회장은 이튿날 오전 MADEX 현장을 찾았습니다. 한화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한화 부스 외에 KAI와 대한항공, HD현대 부스를 방문했습니다. 한화는 김 부회장이 K-방산을 함께 이끌어가는 파트너 기업의 첨단 기술과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미래 사업 방향을 구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래도 MADEX에서 경쟁 구도가 격화한 상황에서 '협력'을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K-조선에 글로벌 시장 관심이 쏠린 점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유례없는 호황기 속 진행된 MADEX에서 양사 경쟁 구도가 드러난 모습이네요. 국제 정세랑 맞물려 방산시장에서 한국 기업 중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조만간 출범할 차기 정부가 HD현대와 한화의 숙명과 같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정세와 맞물려 양사 협력 필요성도 커진 상황입니다. HD현대와 한화 모두 조선과 방산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상황에서 유례없는 기회를 잘 잡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미 지난해 고소·고발전도 마무리하며 협력 분위기를 만든 만큼 경쟁을 뛰어넘어 국익을 위해 협력하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가 경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미국 관세 정책 '지렛대'가 된 조선업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기준금리 2.75%에서 2.50%로 낮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뉴시스

◆ 기준금리 2.50%…규제 전 '막차 수요' 쏠림 우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주담대 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데다 은행에서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가산이자를 늘리는 등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실제 금리 하락 체감은 더딜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와 별도로 주담대 규제 전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준금리가 인하됐다고 들었습니다.

-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존 2.75%의 기준금리를 25bp(1bp=0.01%) 인하해 2.50%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2월 25일 3.00%에서 2.75%로 내린 이후 두 번째입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2022년 10월 11일(2.50%) 이후 2년 7개월 만에 2.5%대로 내리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담대 이자도 내려가게 되나요.

-이론적으로는 내려가게 됩니다. 주담대 금리는 보통 코픽스(COFIX)나 금융채 금리 등 지표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러한 지표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담대 금리도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그럼 주담대를 너무 많이 받고, 다시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나요?

-기준금리가 내려간다 해도 실제로 은행 상품에 반영되는 시간은 더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조정이 대출 기준금리 변동에 반영되는 시차가 나타나게 되는데요. 일 단위로 고시되는 CD금리 또는 금융채 금리 등은 한은 기준금리 변동이 비교적 신속하게 반영되지만, 월 단위로 고시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잔액 기준, 신 잔액 기준 코픽스 등은 한은 기준금리의 변동이 반영되는데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잔액 기준 및 신잔액 기준 코픽스의 경우 시장금리보다 변동성이 낮은 특성이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가 변동하더라도 이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결국 실제 주담대 금리는 1~2개월 이후에나 소폭 하락할 예정입니다.

-은행이 대출 총량도 조절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낮춰 대출을 늘리는 것이 수익을 얻기 편하겠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대를 제한하기 위해 대출 관리를 하기 때문에 대출이 목표액 이상일 경우 규모를 줄여야 합니다. 은행들은 연초 가계대출 목표액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데요. 만일 목표액을 초과해 대출하게 되면 다음해에 은행 자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운영에 페널티를 부여받게 됩니다. 목표치 이내에서 관리하지 못하면 내년 대출자산을 늘리는 데 제약이 걸리고, 이는 수익성 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떨어져도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해 실질적인 금리 하락을 최소화하기도 합니다. 대출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서죠.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렸는데도 대출금리 인하는 없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어떤가요.

-최근에는 지난 2월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반영되면서 주담대 이자가 다소 내려가는 모습입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 신규 취급 주담대 평균금리는 4.05%로 집계됐다. 전월 평균 4.304%에서 0.254%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특히 기준금리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큰 상황입니다.

실제 지난달 29일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이창용 총재 제외) 중 4명은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2명은 동결 의견을 냈습니다. 인하 의견의 경우 경기가 생각보다 더 나쁜 만큼 금융안정리스크 점검하면서도 추가 금리인하로 경기 진작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담대와 관련해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감안,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여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3단계에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1.5%로 설정하되, 지방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2025년 12월 말까지 0.75%를 적용한다. 또, 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 적용 비율을 상향 조정해 순수 고정금리 대출의 취급 확대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연 소득 5000만원의 근로자가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변동금리 주담대에서 한도가 약 3억2900만원이지만, 3단계 시행된 이후에는 약 2억7800만원으로 한도가 약 5100만원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출이 규제 직전 몰릴 가능성이 있나요.

-네 맞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비대면 주담대 신청이 급증해 일일 접수 건수를 제한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앱에서 주택담보대출 하루 신청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하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매일 '오픈런'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신청은 더욱 치열한데요, 카카오뱅크는 오전 6시, 케이뱅크는 오전 9시부터 대출 접수가 시작되는데 대부분 시작과 동시에 마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대출 수요가 급격히 몰리면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요.

-금융당국은 이러한 대출 쏠림 현상을 우려하며, 금융회사들의 월별·분기별 대출 증가 목표 준수 여부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또, 필요할 경우 금리 조정이나 조건 강화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금리가 내리면 규제가 강화되네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사실 딜레마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직접 어렵다고 언급했는데요. '건설 나쁘니까 재정정책과 이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주장에 대해 "건설업체들을 도와주는 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에 대해 조정 없이 또 가자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어디에다 할건지, 어느 정도 할건지, 과거 잘못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이 새 정부의 과제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정말 실수요자들에게는 주담대가 꼭 필요할 텐데요. 새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과도한 제한을 두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