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반등세에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 개선 '기대감'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2 00:06:03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정유사들이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공사현장. /에쓰오일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정유사들이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3·4분기 글로벌 정제설비 순증설량도 크지 않아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 배럴당 3.8달러 수준이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29일 기준 배럴당 7.4달러까지 상승했다.

4·5월 정기보수철에 접어든 데다 제품별로는 휘발유와 납사 마진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정제마진 상승을 주도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원유 및 석유 제품이 제외돼 유가 하락 대비 정유제품의 마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정유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지표다. 전통적으로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3~4분기 예상되는 수요 증가분 대비 글로벌 정제설비의 순증설량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6~11월 정제마진 강세를 이끌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수요 증가분은 123만 b/d이고 준증설량은 82만 b/d로 예상된다.

축소됐던 크랙 스프레드(휘발유-고유황중유)가 확대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국의 셰일 생산량 감소로 시장에 무거운 중질유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휘발유 마진과 중유 마진의 스프레드가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마진 스프레드는 완제품과 원유의 가격 차이로, 스프레드가 클수록 정유사들이 향유하는 마진은 늘어난다.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정유사들이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 /SK이노베이션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글로벌 정제설비 순증설 대비 수요 증가 폭이 크고 미국의 셰일 생산량 감소로 중질유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고도화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사에 수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예년과 같은 상황이라면 휘발유나 항공유 수요가 느는 여행철을 맞아 공급 물량이 증가한다"며 "공급 물량이 늘면 수요도 같이 증가해 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 마침 미국으로 항공유 수출량이 늘기도 해서 전 분기 대공급 물량이 늘어난 걸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긍정적인 시장 전망이 이어지고 있으나,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환경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철저한 원가 관리와 안정적인 공장 가동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내 정유사들은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영업이익이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8%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액 8조9905억원,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매출액 11조1138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6%, 72% 감소했다.

2분기까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19억원으로 감익을 전망한다"며 "SK온·배터리소재·석유화학의 증익을 석유·E&S의 감익이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