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새 수장 맞는 두나무…오경석 신임 대표, 사법 리스크 '구원투수' 될까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3 00:06:05

이석우 대표가 8년 만에 두나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후임에는 오경석 팬코 대표(왼쪽 위 작은 사진)가 내정됐다. /두나무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8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한다. 이석우 대표가 오는 7월 1일 자로 사임하고, 후임으로 오경석 팬코 대표가 내정됐다. 올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불복소송 중인 두나무가 법조인 출신을 대표로 영입해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두나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두나무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건강상의 문제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향후 두나무의 경영 고문으로 남아 경영에 조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두나무는 신임 대표로 오경석 팬코 대표를 내정하고,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식 선임할 계획이다.

오 내정자는 1976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수원지방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을 거친 법조인 출신이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두나무 감사로 재직한 경력도 있다. 현재는 의류업체 팬코의 대표이자 무신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오 내정자는 두나무 최대주주인 송치형 회장과 같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개인적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측은 오 내정자와 관련해 "법률, 회계, 기업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도전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두나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대표 교체는 예상을 벗어난 갑작스러운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석우 대표의 임기는 당초 2026년 말까지로 1년 이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불복 소송 중인 두나무가 리스크 대응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한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두나무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지원하고, 고객 확인 의무를 수십만 건 위반했다는 혐의로 업비트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아울러 이 대표에게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FIU의 본격적인 제재 심의를 앞두고 법조인 출신 대표를 영입함으로써 조직의 부담을 줄이고, 사법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석우 대표(사진)는 두나무의 경영 고문으로 남게 된다. /이새롬 기자

다만, 오 내정자가 가상자산 산업 관련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성장 동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두나무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법인을 설립해 왔으나, 각국의 규제 장벽, 현지 사용자 확보, 브랜드 인지도 문제로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신사업 추진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두나무는 그간 NFT, 증권형 토큰(STO), 메타버스 등 다양한 신사업을 실험해 왔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오 내정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두나무 관계자는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경쟁력을 키우고, 거래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서 '가치 있는 대상의 거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나무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5162억원의 매출과 39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1% 증가했다. 다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1.5%, 영업이익은 34.8% 줄어든 수치로, 향후 성장을 위한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seonye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