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모두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강조하면서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가상자산 국내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디지털 금융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쪽 모두 대선 공약으로 토큰증권(STO)의 법제화와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허용을 비롯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을 내놓았다.
주요 대권 주자 모두 디지털 금융을 강조하면서 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새로운 정부 주도로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1거래소 1은행 현행 체제 유지, 전문가 자문 아래 법제화, 제도 정비 선결 등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반면 김문수 후보는 1거래소 1은행 체제 폐기, 2027년 1월 1일까지 과세 유예를 주장해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국내 디지털 금융 제도화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 현물 ETF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국내 투자자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기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기초자산의 성격에 비트코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다.
반면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가 핵심 ETF 중 하나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가상자산 관련 제도와 서비스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햄프셔가 주 정부 최초로 비트코인 비축 법안을 통과시켰고, 피델리티자산운용 같은 주요 투자은행은 지난 4월 개인 퇴직 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하반기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이 입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도 하반기 중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상자산 1단계 법안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지난 2024년 7월 시행된 바 있다.
또 금융 당국은 지난 2월 가상자산 법인계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혀 하반기부터는 일부 기관투자자가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허용될 예정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4월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면서 현물 ETF의 도입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국내 시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며 "법적, 제도적 정비와 함께 커스터디(자산 수탁)나 프라임 브로커리지의 역할을 담당할 주요 업체 육성과 같은 밸류체인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 법제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형증권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토큰증권이 제도권 안에서 유통 및 발행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토큰증권 법제화는 2023년 2월 금융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공회전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현재 코스콤 사장인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을 각각 대표발의한 상태다.
시장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토큰증권 관련 종목들은 연초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업체인 핑거는 지난 2일 기준 연초 대비 39.65% 오른 1만187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동안 토큰증권 관련 종목인 유라클(121.51%), 한국정보인증(40.57%), 아이티아이즈(40.26%), 서울옥션(19.47%), 다날(17.93%), 갤럭시아머니트리(13.39%), 케이옥션(10.90%) 등이 함께 강세를 보였다.
아주경제=류소현 기자 sohy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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