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재계, '경제 재도약' 기대 속 '친노동 정책' 우려도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4 10:48:03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인천 계양구 사저를 출발하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재계는 대한민국 성장 엔진을 되살려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달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우려 섞인 시선도 없지 않다. '친노동 정책' 시행으로 기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며 자칫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국내 경제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재도약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경제단체 "경제 재도약 이끌어 달라"

국내 주요 경제단체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된 직후인 4일 오전,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냈다.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침체 등 어려운 시점에 나라를 이끌게 됐다는 점에서, 대부분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달라는 당부의 뜻을 전했다. 또한, 재계 역시 새 정부가 한국 경제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도록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성장, 저출생, 지방 소멸 등 국가적 난제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확산, 인공지능(AI) 기술 혁명 등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을 발휘해 국가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새 정부가 성과 중심의 실용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글로벌 5대 경제 강국 도약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침체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혁신과 도전의 경영이 확산되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적극적인 첨단 산업 육성과 난관에 처한 'K 제조업' 재건으로 성장 엔진을 되살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 치러졌다. 사회 전환기적 과제 해결과 새로운 도약을 원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세 전쟁, AI 혁명 등 격변하는 국제 경제 질서 속에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당선자가 통찰력 있고 균형 잡힌 리더십을 발휘해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실리 중심의 통상 전략을 펼쳐달라고 요청했다. 단체는 "급변하는 대외 통상 질서에 신속히 대응해 범정부 차원의 통상 외교 역량을 총동원한 실리 중심의 통상 협상 전략을 통해 우리 기업의 대외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당시 당 대표)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AI 등 첨단 산업 육성 기대감↑

공식 메시지를 내진 않았으나, 개별 기업들 역시 새 정부의 경제 성장 지원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새 정부의 여러 경제 공약 가운데 수혜 가능성이 큰 대목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민관의 협력 체계가 잘 가동된다면 기업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 같다. AI 등 첨단 산업 분야의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과 SK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국내 대표 기업들 입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첨단 산업 육성 의지를 천명하면서 주요 대기업의 역할, 정부의 전폭적 지원 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AI의 경우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공약했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종합 생태계 허브 구축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삼성이 잘 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돼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삼성은) 역량으로 잘 이겨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성장 동력이 떨어져 있는 것과 관련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말에 공감한다"며 "민간 영역의 전문성과 역량을 믿고 정부 영역이 충실히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기업들은 의견을 모아 작성한 정책 제언집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여기에도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기업들의 간절함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AI 육성, 규제 혁신, 에너지 정책, 탄소중립, 기업가정신 등 성장을 추진해야 할 동력 △신사업, 서비스 산업, 스케일업 등 새로운 산업의 이식 △통상, 해외 시장, 수출 지원 등 경제 영토 확장 △자본, 금융, 인력, 노동·안전, 산업 재생 등 기본 토양 조성 및 활력 제고 등의 내용이 전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에게 경제 정책을 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노란봉투법 현실화로 기업 부담 가중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이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서 친노동 정책을 대거 공약해서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간 재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정부·국회 측에 지속해서 전달해 왔다.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해 대화를 통한 노사 간 협력보다는 파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사용자 개념 확대로 하청 노조의 원청에 대한 쟁의행위를 허용해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도 크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 가치 제고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반면,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 저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 등 기업 경영에 미칠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조금 더 보완해서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주 4.5일제도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4.5일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 노동 시간 실현을 위한 '실 노동 시간 단축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주 4.5일제 등 대선 후보들의 법정 근로 시간 단축 공약에 대해 "업종의 특성과 현실에 맞게 근로 시간이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 근로 시간 문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기업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