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동 넘은 한수원, 체코와 원전 본계약…유럽 시장 첫발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6-05 08:24:36

한국수력원자력이 4일(현지시간) 체코 두코바니II 원자력발전소(EDU II)와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본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앞서 입찰 경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소송으로 체코 지방법원이 계약 체결을 금지했지만, 최고행정법원이 이를 최종 기각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16년 만이며, 한국이 유럽 원전시장에 처음 진출한 사례다.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 정부가 발주한 이 사업은 자국 최대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로, 이번 계약을 통해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공급하게 된다.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약 9개월간의 기술·상업 협상을 거쳐 체결된 이번 계약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이어 한국 원전 산업의 두 번째 해외 수주 사례다.
특히 과거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한국이 유럽에 원전을 역수출하게 된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협상 과정은 치열했다.
작년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한수원은 전담조직을 꾸려 협상에 착수, 총 200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작년 11월에는 EDU II 측 협상단 60여 명이 방한해 원전 현장을 시찰하고 대면 협의를 벌였다.
12월에는 한수원 본사에서 품질보증 감사도 이뤄졌다.
양측은 올해 3월 말 모든 협상을 마무리했다.

체코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최대 4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처음 입찰 당시에는 두코바니 5호기 1기에 한정됐지만, 이후 체코 정부는 사업 규모를 확대해 추가 3기(두코바니 6호기, 테믈린 3·4호기)에 대한 제안서도 요구한 바 있다.
한수원은 현재 두코바니 5·6호기를 우선 건설하고, 향후 5년 내 테믈린 프로젝트로의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수원은 이번 사업에서 주계약자로서 설계(한전기술), 주기기 제작 및 시공(두산에너빌리티), 시공(대우건설), 핵연료(한전연료), 시운전 및 정비(한전KPS) 등 '팀 코리아'와 함께 원전 건설의 전 과정을 담당하게 된다.

향후 양사는 착수회의(Kick-off Meeting)를 거쳐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한수원은 주요 협력사들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두 차례 국내 설명회를 열어 공급자 등록 절차와 기술기준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 두코바니 현장에 건설소를 개소하고, 착공 전 단계인 인허가와 부지조사 업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DU II는 오는 2029년 두코바니 5호기 착공을 목표로 설계 및 건설 준비 절차에 들어간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계약은 한국 원전 기술력과 신뢰성이 국제적으로 다시 한 번 입증된 성과"라며 "체코와의 협력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