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RE100' 실현·재생에너지 전환 공약
'탈원전'과는 선 그어..."원자력 발전 활용하되 에너지믹스"
 |
|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기치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닻을 올리면서 에너지 정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기치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닻을 올리면서 에너지 정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AI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선결조건이어서다. 이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걸었던 재생에너지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기존 원전도 활용하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RE100)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제시했다.
새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목표로 태양광·풍력 보급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특히 경제성장의 대동맥 역할을 할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으로 꼽힌다.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에너지산업 육성 및 공급망 내재화를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한다. 햇빛·바람 연금 확대, 농가태양광 설치로 주민소득 증대 및 에너지 자립 실현 계획도 밝혔다.
원전 관련 공약은 없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선 TV 토론회 등 공식 석상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는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30일 언론사 유튜브에 출현해서는 "지금 있는 원전을 없앨 필요는 없고, 가동할 수 있는 거는 가동하면 된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하면 되고, 농촌의 논둑, 밭둑, 묵은 밭을 활용하면 재생에너지로 대체도 하고, RE100도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
|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기치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닻을 올리면서 에너지 정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4월 1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지방정부기후총회에서 참석 내빈들이 RE100 실천을 선언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18일 21대 대선 후보자 첫 TV토론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되 과하지 않게 에너지믹스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공급원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이 대통령이 원전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으로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에너지수급 동향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6%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원자력의 비중이 31.7%로 더 높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전력원을 도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06년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업체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구글은 2023년 빅테크 최초로 카이로스파워가 개발 중인 SMR에서 2039년까지 5G기가와트일렉트릭(We)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아마존은 세 개의 SMR 기업에 투자했고, 메타 역시 SMR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검토 중이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크기를 100분의1 수준으로 줄인 '미니 원전'이다. 크기가 작고 필요한 전력에 맞게 소규모로 제작해 블록 연결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어 효율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냉각수로 물을 사용하지 않아 운영비도 아낄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도 원전은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는 오는 2050년까지 신규원전을 최대 14기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지난 2022년에는 6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계획에 비해 8기 확대됐다.
영국은 지난 2021년 오는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 6.8GW를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에는 24GW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민간 원자력 로드맵 2050'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이 제법 있다"며 "유럽만 해도 탈원전을 선호하던 나라들이 AI 빅테크 전기 수요가 많아지면서 원전을 도입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zz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