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시달리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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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관세 예고에 반도체 보조금 축소 우려까지 더해지는 등 삼성전자가 '트럼프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가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주력 사업 영역에서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 품목 관세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 보조금 축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美 상무장관 "칩스법 보조금 너무 관대"…삼성 피해 우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의 '보조금 삭감 타깃'이 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에 관해 "각 기업과 재협상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협상 이익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계약이 다수 있다"며 "우리는 액수를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 보조금 지급 기준에 대해 "너무 관대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를 예로 들면서 60억달러(약 8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기존 650억달러(약 88조5000억원)가 아니라 1650억달러(약 224조7000억원)의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바이든 행정부 때 계약한 규모의 보조금을 모두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0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도 4억5800만달러(약 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으나, 보조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규모 면에서 삼성전자의 타격이 가장 크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불안감은 불쑥 찾아온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설비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칩스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를 통해 세계 기업이 미국으로 설비를 이전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관세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보조금 축소 가능성과 같은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는 '관세 폭탄'을 피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여러 국가를 거쳐 제조하는 등 산업 특성상 추후 관세의 영향을 벗어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미국은 반도체 관세 부과를 위한 영향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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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현지 투자 기업들에 제공할 보조금과 관련해 "너무 관대해 보인다"며 "보조금을 받을 기업들과 재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
◆ 스마트폰 관세 예고…'갤Z폴드7·플립7' 출시 앞두고 한숨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영역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이 해외에서 생산될 경우 최소 25% 관세를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는 모든 업체를 거론하면서 관세 대상으로 삼성을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 공장은 없다.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상반기 출시작 '갤럭시S25' 시리즈가 흥행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6조6853억원으로, 이중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흥행 기조 유지와 2분기 실적 방어를 위해 지난달 초슬림폰 '갤럭시S25 엣지'를 라인업에 추가하기도 했다.
다음 달에는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폴드7'과 '갤럭시Z플립7'도 공개한다. 만약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신제품 흥행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정책으로 인해 '갤럭시Z폴드7'과 '갤럭시Z플립7'의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미국 내 충성도가 높은 애플 '아이폰'보다 삼성전자 '갤럭시' 고객층의 이탈 가능성이 더 크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출하량 기준) 20% 안팎을 기록하며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로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정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개별 기업의 경우 애플은 4%에서 2.5%로, 삼성전자는 기존 1.7%에서 0%로 하향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열리는 글로벌전략회의에서 '트럼프 리스크'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상·하반기 2차례 열리는 글로벌전략회의는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이 모여 사업·지역별 목표를 공유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자리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관세 정책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책을 세우긴 쉽지 않다"며 "주요국 통상 정책 향배를 주시하면서 관련국과 긴밀히 소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