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서 일반주주 이익 강조…보험사 PBR 0.8배 미만 대부분
기본자본 K-ICS 등 규제 확대…배당 사실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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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5000' 등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중요시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밸류업'과 관련한 압박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건전성 문제로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력이 부족한데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주주친화정책을 펼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주재했다. 이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 분야의 첫 외부일정이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워지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될 것"이라며 "그 핵심 축에 증권시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저평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반주주의 이익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대선 경선 후보시절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과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증시를 활성화한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공약을 내놓았다. 시장 개혁을 위해서 이사의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안'과 더불어 불공정 거래 근절과 투기 억제를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증시 활성화 측면에서는 낮은 배당률을 개선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제도 보완을 하고, 쪼개기 상장 금지도 추진한다.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 저평가된 주식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경우 밸류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데 있다. 주요 생보사의 PBR을 살펴보면 삼성생명 0.71배, 한화생명 0.20배, 미래에셋생명 0.33배, 동양생명 0.72배 등으로 0.8배 미만이다. 손보사는 삼성화재가 1.20배, 현대해상 0.48배, DB손해보험 0.80배, 한화손해보험 0.26배, 흥국화재 0.30배 등으로 삼성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손보사들이 모두 0.8배 미만이다.
보험사들의 경우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과 더불어 지급여력(K-ICS)비율로 인해 밸류업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에서는 보험 이익을 계약 서비스 기간동안 점진적으로 인식하는데,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미래 수익으로 묶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익 실현이 연기되기 때문에 단기 실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K-ICS비율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맞추려면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책을 펼치기 어렵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등의 규제 반영으로 K-ICS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 1분기 기준 MG손보(-18.22%)와 롯데손보(154.59%), 푸본현대생명(146%), 동양생명(127.2%) 등이 당국 권고치인 150% 이하로 집계됐으며, 한화생명(154.1%), 현대해상(159.4%) 등 대형 보험사들도 권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당국 K-ICS비율 권고치가 150%에서 130%로 다소 완화되지만, '기본자본 K-ICS'가 도입되면 재정건전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보험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가 반영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하면 사실상 보험사의 밸류업은 재정건전성 문제로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K-ICS가 180% 이하라면 주주환원책을 펼칠 여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보험사들이 밸류업을 못하는 것은 건전성 규제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관련한 자본 소모의 경우 다소 완화된 기준을 도입하는 등 소비자 보호 정책에 충돌되지 않을 수준에서 지원책도 함께 추진돼야 (보험사 밸류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