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석화 업계 지원 나선 정치권…구조재편 물꼬 트나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7 15:30:02

국회가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 지원에 나섰다. LG화학 대산공장 메탄건식개질(DRM) 공장 전경. /LG화학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회가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 지원에 나섰다.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으로 구조재편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17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우선 사업재편을 위한 시설투자나 연구개발(R&D), 사업재편계획에 따른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수행하는 석유화학기업에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등의 세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석유화학산업의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규정했다.

업계 요구를 반영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감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원활한 사업재편을 도모하기 위한 설비 가동률이나 공급능력의 조정 등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동행위의 예외로 하는 특례 규정을 마련했다. 또 정부가 관련 업계에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재편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고사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는 그동안 정부 지원을 요구해왔다.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석화산업이 서서히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한국화학산업협회에 제출한 중간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석유화학 산업 경쟁이 가속화돼 도태될 기업은 도태되고 경쟁이 과열화될 것"이라며 "공급 물량이 축소돼야만 2030년부터 정상적 수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산업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대책 발표가 조기 대선과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후속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청사진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에 지원 방안을 보고하고 대통령실의 회신을 거쳐 지원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석유화학 지원 특별법이 발의돼 이목을 끌고 있다. /더팩트 DB

이런 상황에서 주철현 의원이 특별법을 발의하자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한다면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다"며 "아직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없는 상태라 업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나프타분해설비(NCC) 구조조정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예외적 특례를 신설하는 부분을 두고 "석유화학산업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대규모 시설투자와 전문인력이 필요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필수기간 산업"이라며 "업황이 어려워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만큼 꼭 필요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민간 주도 구조조정은 활기를 띠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그룹은 각 사가 보유한 충남 대산 지역 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폐합하는 내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HD현대 자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틀 통해 대산단지 내 관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연간 85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를 보유 중이다. 양사가 대산단지 내 설비를 통합할 경우, HD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의 설비를 넘겨받고 이에 대해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