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또 상장폐지…해외 거래소로 생존 이어갈까더팩트 기사제공: 2025-06-03 00:06:05

위믹스는 전날부터 국내 4개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사용자들은 다음 달 2일까지 보유 자산을 출금할 수 있다. /조소현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가상화폐 위믹스(WEMIX)가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다시 상장폐지되며, 향후 생존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위믹스가 해외 시장 중심의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차례 상장폐지를 겪은 만큼 시장에서의 재도약 가능성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위믹스는 전날부터 국내 4개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사용자들은 다음 달 2일까지 보유 자산을 출금할 수 있다.

이번 상장폐지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30일 위메이드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확정됐다. 위믹스는 국내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회사를 통해 발행한 가상화폐다.

상장폐지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월28일 발생한 해킹 사고였다. 당시 위믹스 약 865만개(약 90억원 상당)가 유출됐고, 위메이드는 사건 발생 후 나흘이 지나서야 해당 사실을 공지해 투자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닥사는 위믹스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소명 자료를 요구했으나, 이후 신뢰성·보안 문제 해소가 미흡하다고 판단,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위메이드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해외 거래소에는 곧바로 해킹 사고를 알렸는데, 국내 거래소와 이용자들에게는 나흘이나 지나 공시했다"며 "중요 사항을 성실히 공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위믹스는 끝내 명확한 원인을 소명하지 못했다"며 "거래소의 판단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 결정 이후 위메이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외부 요인이 위믹스 생태계의 지속과 성장에 대한 팀의 의지를 훼손할 수 없다. 예정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위믹스 기반의 다양한 게임과 서비스들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석환 위믹스재단 대표가 전날 투자자 대상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위믹스' 영상 캡쳐

업계는 위믹스가 국내 유통은 끊겼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아직 퇴출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해외 중심의 생존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바이비트, 비트겟 등 주요 해외 거래소에서는 위믹스가 USDT 마켓을 통해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리서치 연구원은 "자체 생태계 내 디파이 인프라를 강화하고, 해외 거래소 상장 및 유통 중심의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P2E 규제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위믹스는 이미 글로벌 시장을 주요 타겟으로 하여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위메이드는 필연적으로 글로벌 거래소 중심의 전략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위메이드 위믹스 팀은 전날 투자자 대상 긴급 간담회를 개최, 김석환 위믹스재단 대표는 "닥사 회원사 거래소들은 1년간 재상장을 제한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재상장 시도는 어렵다"며 "향후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거래소 상장과 관련해 "메이저 거래소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본격적인 반등을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복된 논란과 신뢰 하락, 높은 국내 의존도 구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믹스는 국내에서 거래 비중이 높았던 '국내용 코인'이라 이번 상장폐지는 사실상 퇴로 상실을 뜻한다"며 "해외 거래소 상장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거래소에는 해킹 당일 곧바로 공지를 했지만 국내에는 4일 동안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명성 결여가 법원 판단의 핵심으로 지적됐다"며 "위믹스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회계 논란부터 유통량 조작까지 논란이 다양했는데, 이번에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은 것 같다. 위믹스는 이미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위믹스는 지난 2022년 11월 유통량 허위 공시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한차례 상장폐지됐으며, 이후 2023년 일부 재상장을 통해 복귀했지만 이번 해킹 사고로 다시 큰 타격을 입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도 "상장폐지 이력이 있는 프로젝트의 글로벌 생존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해외 거래소들도 컴플라이언스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과거 이력에 대한 실사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디지털자산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거버넌스와 투명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크게 상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사고와 연이은 상장폐지는 근본적인 신뢰 손상을 의미한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제3자 감사를 통한 검증 시스템 도입이다. 하지만 현재 웹3 시장이 '보이는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가고 있어, 과거보다 신뢰 회복의 기회비용이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위메이드가 투자자 보호보다 생태계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자선 예자선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첫 번째 상장폐지의 원인이 됐던 유통량 조작 사건 관련 민사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위믹스 측은 손해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이미 상당량의 코인을 팔아 수익을 실현한 상황에서 신뢰 회복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