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오는 4일로 지정하면서, 여야는 각자 근거를 제시하며 재판 결과를 낙관했다.
국민의힘은 헌재가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해 최장기간의 평의(논의)가 이어진 것을 기각의 긍정적인 시그널로 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등 국회가 탄핵소추의 근거로 꼽은 핵심 쟁점들이 모두 기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측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기각 및 각하 결정을 전망하는 배경으로 크게 '평의 장기화'와 '이재명 무죄 판결' 등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 재판관들의 한 달 이상 평의를 지속한 것을 놓고 합의 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게 근거다.
당초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당시만 해도 헌재의 파면 선고에 무게가 실렸지만, 평의가 길어지면서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윤 대통령 탄핵의 심판할 헌법 재판관은 현재 총 8명이다.
탄핵 '인용'을 결정하기 위한 의결 정족수는 6명이다.
만약 인용 정족수가 5명 이하면 윤 대통령은 기각 또는 각하 판결을 받게 된다.
결국 3명의 재판관만 탄핵에 대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리면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는 셈이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이 5(기각) 대 2(각하) 대 1(인용)로 나뉜 것도 윤 대통령 기각 결정을 예측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각하 가능성도 기대하는 눈치다.
각하는 실제 제출한 소장이 형식적인 흠결로 인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을 종료하는 법률행위다.
헌재는 이번 탄핵 심판에서 4명 이상의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낼 경우 해당한다.
여권은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한 점 등을 절차적 흠결이자 부적법성의 핵심으로 꼽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결과는 당연히 기각, 각하다.
내란죄 부분에 대해서 입증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 선고도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의 긍정적 변수로 봤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재판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재판부가 정치적 균형 맞추기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예컨대 앞서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할 만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윤 대통령 역시 기각·각하 판결이 날 것이라는 희망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탄핵 인용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야당 주도로 국회 측이 제시한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는 크게 5가지다.
구체적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위헌적 계엄 포고령 1호 발령 ▲국회 활동 방해 및 장악 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치인·법조인 등 체포 지시 등이다.
민주당은 헌재가 5가지 쟁점을 모두 기각 또는 각하 결정하기에는 법률적으로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헌재가 헌법·법률에 위반하는 행위로 인정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에서도 핵심 쟁점은 12·3 비상계엄이 과연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헌법은 비상계엄 요건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군사 병력이 필요할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윤 대통령의 12·3 계엄은 비상계엄 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도 무시했다고 봤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국무위원들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만일 12·3 계엄 직후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계엄이 정당하고, 해제가 불법이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비상계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탄핵을 지지하는 결과만 보더라도 계엄의 불법성은 자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오는 4일 오전 11시에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연다.
지난 2월 25일 변론 절차 종결 후 재판관 평의에 돌입한 지 38일 만이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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