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드럼통' 들어간 나경원…민주당 '발칵'더팩트 기사제공: 2025-04-19 00:06:07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SNS에 게시한 '드럼통' 사진이 시선을 끈다. /나경원 캠프 제공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6·3 조기 대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 등록을 마무리한 거대 양당은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저마다 대선 캠프를 열고 세몰이에 나섰다. 특히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최근 SNS에 일명 '드럼통' 사진을 올린 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과 나 후보는 서로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망론'이 흔들리고 있다. 한 대행이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에 가로막혔다. 대선 불출마 선언은 아직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한 대행의 차출론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며 혹시 모를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만큼 조기 대선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로만 봤을 때 이번 대선도 정책과 비전의 경쟁이 요원해 보인다.

나경원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를 겨냥해 '드럼통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민주당은 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 후보 측은 맞고소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박헌우 기자

◆나경원 후보가 쏘아 올린 '드럼통'

-거대 양당의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는 와중에 나경원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가 올린 '드럼통' 사진이 큰 화제가 됐다고.

-맞아. 나 후보는 지난 15일 SNS에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드럼통에 들어간 사진을 게시했어.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행보를 공포정치를 상징하는 드럼통으로 비유한 거지. 이렇게 살벌한 의미를 코믹한 느낌까지 드는 이미지로 풀어내면서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까지 여론의 시선을 끌었어.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어. 박경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민주당에 대한 악마화가 인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드럼통 공포정치로 협박하지 마라"고 비판했어. 또 "70~80년대 반공교육이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 같다"며 '공포 마케팅'이라고 깎아내렸어. 한준호 최고위원은 "(나 후보의) 별명 '나베'가 실은 '나경원 일베'의 줄임말이 아닌가 싶다"며 "극우에 의해서 기획되고, 실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폭망한 캠페인은 그저 극우를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고 주장했어. 민주당 민주파출소는 나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어.

나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맥도날드 중앙대학교점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이후 나 후보도 연일 인터뷰와 SNS 등을 통해 이 후보와 민주당을 공격했어. 채널A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는 "이 후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이 있지 않았나. 여러 사건에 7명이나 유명을 달리했다. 그래서 그런지 커뮤니티에서 이 후보를 드럼통이라고 부르더라"며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가지면서, 정말 무서운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그런 공포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 또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서는 "(이 후보가) 긁히긴 긁힌 것 같다"고 비꼬았어. 그러면서 민주당의 법적 대응에는 맞고소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야.

-이번 이슈는 이 후보 측에서 거칠게 반응하면서 화제성이 더 높아진 측면도 있는 거 같아. 나 후보의 '긁혔다'는 표현이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이 후보나 민주당이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더라. 나 후보로서는 경선을 앞두고 제대로 존재감을 부각한 모양새야. 사실 나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이 상대적으로 늦었기 때문에 그간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꾸준히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다른 후보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평가였는데, 큰 화제를 만들면서 시선을 끌고 오는 데 성공한 셈이지.

김문수 국민의힘 경선후보(왼쪽 네번째)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권성동 원내대표 등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후끈한 국민의힘 경선 현장 가보니

-국민의힘 6·3 조기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

-응. 1차 경선 진출자를 8명으로 추리면서 네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어. 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자신이라며 각기 다른 근거를 내세우면서 말이야. 출마 선언을 공식화한 이후 정치권 인사를 만나러 다니는가 하면 공약 발표를 하며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도 다양해.

-각 후보 개소식 현장은 어땠어?

-14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홍준표 후보 캠프 개소식 현장에는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 홍 후보에 힘을 실어주러 온 다수 현역 의원들도 함께했어. 홍 후보 측은 이 점을 근거로 앞선 대권 도전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당내 지지세가 약하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여. 홍 후보 캠프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홍 후보는 더 이상 독고다이가 아니다. 3년 전에는 홍 후보를 지지했던 현역 후보가 딱 2명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고 했어.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17일 김문수 후보의 개소식 현장의 열기도 장난 아니더라고. 과연 범보수 진영 지지율 1위 주자다웠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뿐 아니라 현역 의원도 다수 참석했어. 이날 눈에 띄는 참석 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에 함께했던 석동현 변호사야. 석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아무 말씀을 못 하시는 상태지만 막판까지 탄핵을 막아야 한다고 지지했던 아스팔트 애국시민들이 대통령의 주장과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후보에게 힘을 모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어.

-또 다른 유력 주자인 한동훈 후보 현장은?

-한 후보는 지난 15일 정책비전 발표를 위해 국회 소통관을 찾았어. 기자회견장 내부까진 들어오지 못하는 지지자들은 소통관 정문 앞에서 양측으로 줄을 맞춰 서서 한 대표에게 길을 터주며 환호하더라고. 그 함성이 2층 기자회견장까지 들렸어. 18일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과 최재형 전 의원의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임명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유튜버들과 지지자들로 사무실이 꽉 찼어. 한 후보가 "계엄의 바다를 당당하게 정면으로 넘어야 승리의 길이 있다"라며 "유일 후보가, 할 수 있는 팀이?"라고 말하자 지지자들이 크게 "한동훈"이라고 외쳤어.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하루 만에 후원금 29억4000만원을 모았다. 후원에 참여한 사람은 6만3000여 명이고, 그중 99%는 10만원 미만의 소액 후원이다. /이재명 SNS 갈무리

◆'티케팅' 아닌 '후케팅'? 29억 몰린 이재명 후원금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지지자들이 단체로 대기하고 있었다던데 무슨 일이야?

-콘서트 예매하듯 이 후보에게 후원금을 보내려고 대기했다고 하더라. 15일 오전에 후원금 모금이 시작됐는데 단 하루 만에 법정 한도인 29억4000만원을 꽉 채웠대.

-후원에 참여한 사람은 6만3000여 명이고, 그중 99%가 10만원 미만의 소액 후원이래. 실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 번 튕겼다가 겨우 성공했다", "난생처음으로 후원했다" 등의 인증글이 올라오더라고.

-한도가 있는데도 입금이 몰리면서 2억5000만원이 추가로 입금됐다고 해. 초과 입금분은 돌려준다고 하네. 한마디로 치열한 '티케팅'이 아닌 '후케팅'이 벌어진 거지. 이 후보는 올해 국회의원 후원금도 모금 시작 25분 만에 마감됐다고 하더라.

이 후보는 "새로운 나라를 열망하는 한 분, 한 분의 간절함이 유독 무겁게 다가온다"며 후원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박헌우 기자

-이 후보도 SNS에 감사의 글을 올렸더라고. "불과 하루 만에 후원 모금액을 가득 채웠다"며 "새로운 나라를 열망하는 한 분, 한 분의 간절함이 유독 무겁게 다가온다"라고 했어. 또 "하루하루 견뎌내셔야 할 삶의 무게를 알기에 후원을 요청드릴 때마다 늘 조심스럽다"면서도 "늘 그래왔듯 앞장서서 상처와 책임을 감수하며 새 길을 내겠다"고 밝혔지.

-이 후보의 후원회도 "소액후원자들의 반딧불 후원은 또 하나의 빛의 혁명"이라고 평가했지. 실제 후원자들이 남긴 메시지도 공개했더라.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내면서 이리도 떨리고 노심초사해보긴 처음이다. 마치 로또 당첨된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다"거나 "너무 적은 금액 5만원 이라도 후원한다. 오십 평생 처음으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이라는 걸 보낸다" 등이야.

-대선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후원금 열기로 보면 분위기만큼은 크게 달아오른 것 같아.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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