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거취·전대 등 놓고 격론… 국힘 계파 갈등 점입가경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6-09 18:16:48

의총서 친윤계 중심 金 개혁안 반발
“비대위원장 홀로 결론 낼 문제 아냐
당무감사 누구 겨냥한 것이냐” 직격
당내 “조기 전대 힘 실어야” 목소리도
‘金 거취’ 차기 지도체제 결정 분수령
16일 원내대표 선거 계파 간 전초전

국민의힘이 9일 의원총회를 열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와 개혁안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대선 패배 이후 당 진로를 둘러싼 격랑 속에서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김 비대위원장의 독주에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연장을 통한 조기 전당대회 추진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서, 당내 계파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간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사퇴를 표명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 패배에 따른 지도부 거취와 향후 지도부 형태, 전당대회 시기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와 전날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에 대해 친윤계를 비롯한 당 주류의 반발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윤석열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과 관련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비대위원장이 홀로 결론 낼 문제는 아니다”고 직격했다.
강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비대위원장의 말 한 마디로 뒤엎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자칫 의총을 ‘친윤 집회’로 몰아세우려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프레임에 비대위원장이 올라타 자기 정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 의원은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권 발동과 관련해 “지도부에 후보 단일화를 일임했던 9일 밤의 의총은 책임이 없느냐”며 “혁신안을 빙자한 당무감사를 통해 누구를 겨냥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현 당무감사위원장이 지난해 8월 당시 한동훈 대표가 임명한 유일준 변호사라는 점에서 당무감사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국힘 지도체제 ‘혼란’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부터)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강 의원 외에 복수의 의원들 역시 김 비대위원장을 향해 비대위원들과 함께 동반 사퇴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참석한 조경태 의원은 “친윤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빨리 물러나라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당내에는 김 비대위원장 입장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의총에 앞서 3선 의원들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각각 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을 옹호하는 의원들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김도읍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을 두고 “새겨들어야 할 부분도 있고, 논의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덕흠 의원 또한 “새 지도부를 빨리 구성해야 개혁과 쇄신에 속도가 붙는다.
자꾸만 늘어지면 내분만 일어난다”며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는 향후 국민의힘의 혁신 방향과 차기 지도체제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쥘 수 있는 만큼, 계파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 나온다.

이달 말까지인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연장에 당내 중지가 모일 경우, 김 비대위원장의 구상대로 9월에 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당대표를 선출하게 될 예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등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일련의 개혁 과제까지 단행될 경우 친윤계 주류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력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모두 친윤계와는 껄끄러운 사이다.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직후부터 윤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왔으며, 김 전 후보 또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친윤계와 갈등을 겪었다.

사퇴를 표명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반면 김 비대위원장이 즉각 사퇴하게 되면 16일 선출될 신임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게 된다.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친윤계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경선을 16일 오후 2시에 실시한다.
국민의힘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후보 등록에 이어 합동토론회와 정견 발표 등 순으로 원내대표 경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합동토론회 방식의 경우 후보자 등록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백준무·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