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명 중 1명 치매…2026년 환자 100만명 넘을 듯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12 12:02:00

2023년 치매역학조사·실태조사 결과
치매유병률 남성 8.85%, 여성 9.57%
남성 유병률 증가 경향
치매환자 중 절반 이상 1인 가구
관리비용 지역사회 1700만, 시설·병원 3100만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 가까이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 수는 내년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치매역학조사와 치매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치매역학조사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시행된 전국 단위 대규모 조사다.
치매실태조사는 매 5년 주기로 실시하는 법정 조사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돌봄 현황 등을 파악하고 치매로 인한 질병 부담을 측정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들 조사결과, 65세 인구 중 치매 환자 수 비율을 뜻하는 치매 유병률은 9.25%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2016년(9.50%)보다 0.25%P 낮아진 모습이었다.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로 2016년(22.25%) 대비 6.17%P 늘었다.

◆“치매환자 내년 100만명, 2044년 200만명”

치매 유병률 감소는 1차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 노년기 진입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영향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노년기 교육 수준이 향상하고 음주·흡연 등 건강 행태의 점진적 개선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게 복지부 설명이다.


경도인지장애 유병률 증가는 치매 조기 검진 활성화로 치매 악화 전 단계에서 진단이 이뤄진 영향으로 보인다.
또 노인 세대 건강 수준과 치매 사전 예방관리 수준 향상이 치매 진행을 늦췄다는 평가도 내놨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언어능력 등 객관적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저하됐으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돼 있어 치매가 아닌 상태를 가리킨다.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 수와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치매 환자 수는 97만759명이었고, 내년에는 101만4865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 2044년에는 200만명대(200만7848명)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6년 조사 예측치(2025년 108만명·2040년 218만명)와 비교하면 치매 환자가 다소 완화된 결과란 게 복지부 측 설명이다.

◆남성 치매 증가세…“건강행태 차이 원인 추정”

성별 치매 유병률은 남성 8.85%, 여성 9.57%로 여성이 높았다.
성별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는데, 주목할 만한 건 남성 치매 유병률 증가 경향이다.
남성은 2008년 7.6%, 2012년 6.42%, 2016년 8.18%, 2023년 8.85%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반면 여성은 2012년 11.12%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6년 10.46%, 2023년 9.57%로 감소세를 그렸다.
이는 남성의 흡연률, 과체중·비만율, 당뇨병·순환기계 질환의 높은 사망률 등 건강행태 차이로 추측된단 설명이다.


연병별로는 75세 이상부터 치매 유병률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85세 이상은 20%대를 초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치매 유병률 또한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농어촌 유병률이 높았다.

가구유형을 따져보면 독거가구가 10%, 배우자와 다른 동거인 5.2%, 배우자와 거주 4.9%였다.
교육수준별로는 무학 21.3%, 고졸 2.6%, 대학교 이상 1.4%였다.
독거가구,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 것이다.


◆치매환자 중 1인 가구 52.6%

치매 환자 중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실태조사 결과, 치매 환자 가구 형태는 1인 가구 52.6%, 부부가구 27.1%, 자녀동거 가구 19.8% 순이었다.
중증도가 높은 가구에서 자녀동거 가구 비율이 높았다.
실제 중증 환자 75%가 자녀동거 가구였고, 25%는 1인 가구였다.

치매 환자는 전체 노인에 비해 건강·기능상태가 취약했다.
치매 환자의 1인당 평균 만성질환 개수는 지역사회 치매 환자는 5.1개, 시설·병원 치매 환자는 4.2개로 전체 노인 평균 2.2개보다 많았다.
청력과 저작능력이 불편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
우울 수준 역시 전체 노인 3.1점과 비교해, 지역사회 치매 환자 5.8점, 시설·병원 치매 환자 7.1점으로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었다.
신체활동과 영양관리도 전체 노인에 비해 취약했다.

대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이 길게 줄지어 점심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치매 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 수준과 관련해서는 지역사회 치매 환자 가족 중 45.8%가 돌봄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비동거 가족의 경우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18시간, 외부 서비스(장기요양서비스, 치매안심센터, 유급 간병인 등) 이용 시간은 주당 평균 10시간이었다.

◆치매관리 비용 지역사회 1700만원, 시설·병원 3100만원

돌봄 과정에서 어려움은 지역사회와 시설·병원 치매 환자 가족 모두 경제적 부담(지역사회 38.3%, 시설·병원 41.3%)이 가장 높았다.
요양병원·시설 입원 전 가족 돌봄 기간은 27.3개월이었다.
돌봄 중단 사유로는 가족원의 경제·사회활동으로 24시간 돌봄 어려움 27.2%, 증상 악화로 가족들 불편 25%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 돌봄 전후 가족의 삶의 질은 40% 정도가 부정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 중 정신적 건강의 응답 비율(지역사회 50%, 시설·병원 59%)이 가장 높았다.

치매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는 연간 약 1733만원, 시설·병원은 약 3138만원으로 조사됐다.
세부내역을 보면 병원 입원비, 병원 진료비, 약제비 등 보건의료비보다 장기 요양비, 간병비, 병원 이용 교통비, 보조용품 구입비 등과 같은 돌봄비가 높았다.
지역사회, 시설·병원 환자 모두 중증도가 높으면 전체 비용이 증가했다.
중증일수록 보건의료비보다 돌봄비 비중이 큰 경향을 보였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수립할 예정이다.
우선 치매 조기발견과 초기 집중관리를 위한 치매안심센터 역할을 강화한단 방침이다.
치매 가족 돌봄부담 경감을 위해 장기요양 재가 서비스도 확대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돌봄 필요도가 높은 중증 수급자(1·2등급)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입소자 월 한도액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한단 계획이다.
노인요양시설 등에 치매전담실도 확대하고 보호자 긴급 상황으로 인한 돌봄 공백 지원을 위한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