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안보 예산 확대…폭스바겐 "방위산업 진출 검토"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3-13 06:14:12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방위산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유럽 안보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 독일이 방위 역량을 강화하려는 가운데 폭스바겐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ZDF방송에 군용차량 생산을 예로 들면서 "기본적으로 이같은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독일 공장 2곳의 활용 방안을 두고 방위산업계에 필요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수요 감소에 따라 지난해 독일 공장 10곳 중 두세 곳을 폐쇄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다가 오스나브뤼크·드레스덴 공장에서 늦어도 2027년까지 생산을 중단하되 공장폐쇄 대신 매각 등 다른 방안을 찾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폭스바겐은 또 중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3만5000개의 일자리 감축, 비용 절감, 생산라인 최적화 등을 포함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폭스바겐의 이 같은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에 발을 빼면서 이에 대응해 유럽이 방위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독일은 '유럽 재무장 계획'과 별개로 국방과 인프라 부문에 연방정부 한해 예산의 배에 가까운 8000억∼9000억 유로의 특별예산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라인메탈과 KNDS그룹을 포함한 여러 제조업체들은 이미 증가하는 방산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생산 시설을 군용 장비 제조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방위부문으로의 사업 다각화는 폭스바겐이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입은 손실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폭스바겐은 상용차 자회사 만트럭버스와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합작기업 형태로 이미 방위산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960∼1980년대 오프로드차 '타입 181'을 생산해 독일 연방군에 납품하기도 했다.

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CEO는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폭스바겐 오스나브뤼크 공장이 군수품 생산에 적합할 것이라며 매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만 맞으면 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독일에 새 전차 생산공장을 짓기 전에 당연히 그 공장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독일 자동차 공장은 현재 자동차 수출의 급격한 감소로 잉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생산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는데 이는 중국 제조업체와의 경쟁 심화와 전기차 생산으로의 전환 때문이다.
독일의 연간 자동차 수출량은 240만대에서 약 120만대로 감소, 판매실적이 저조해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