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재발의 제한해야”… 보충의견 낸 보수성향 재판관들 [尹 파면 이후]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06 18:49:46

정형식 “반복 발의 국론분열 심화
부결 땐 발의 횟수 규정 입법 필요”
김복형·조한창도 추가 의견 제시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유로 회기만 달리 해 반복적으로 탄핵소추 발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탄핵제도를 정쟁의 도구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고, 그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정형식 재판관)

(왼쪽부터) 정형식 재판관, 김복형 재판관, 조한창 재판관. 연합뉴스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 따르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 재판관과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의 절차적 문제제기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는 취지의 보충의견을 내 이목을 끌었다.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싶을 때 내는 소수의견이다.

이들 재판관은 다만 이 같은 문제점은 ‘앞으로’ 입법이나 새로운 조화점을 찾아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에 힘을 실으면서도 탄핵 및 심판 과정에 대한 문제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국회법은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국회가 이후 임시회를 열어 표결에 부쳤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정 재판관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탄핵소추안의 무제한적 반복 발의를 허용할 경우 고위공직자 지위의 불안정과 국가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 국민의 의견 대립과 국론 분열 양상이 극심해질 수 있다”면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다른 회기 중에도 다시 발의하는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조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에 있어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두고자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전문법칙이란 경험자가 직접 법원에 진술한 것 이외의 간접증거는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의자였던 사람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 피신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

탄핵심판에는 형소법 소송절차가 준용된다.
그러나 일부 관련자 조서에 대해선 윤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권조차 주어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두 재판관은 형소법의 전문법칙 준용을 배제할 경우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탄핵심판절차에 요청되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