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지으면 '지역주민 퍼스트'…서울시·복지부 입장차더팩트 기사제공: 2025-04-21 00:06:05

시립 은평실버케어센터. 어르신 전용 돌봄시설로 기부채납 받아 오는 5월 개소할 예정이다./서울시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가 주택 재정비 사업이나 공동주택 개발로 짓는 노인요양시설에 그 지역의 노인을 우선 입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요양시설 설치 때마다 반복되는 지역 주민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 차원의 조치다. 다만 복지부는 법 체계와 지역 형평성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이다.

시는 부족한 노인요양시설 확충 방환으로 기부 체납 부지에 조성되는 요양시설에 한해 인근 주민에게 우선 입소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요양시설 설치에 주민 반대가 큰 편인데, 지역민 우선 입소 규정이 인센티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공공기여로 제공된 부지에 짓는 시설에 제한적으로 우선 입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에 건의한 상태다.

다만 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처럼 전국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은 전체 법령 체계와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보험 형식으로 운영되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특성상, 지역 거주 여부에 따라 입소에 차등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요양시설 부족 문제는 전국보다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 제도 개편이 전국 단위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결국 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며 복지부 단독으로 법을 손보는 건 어렵다"며 "건축법 등 국토부 소관 제도와도 맞물려 있어, 국토부와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시 측에도 전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제도 개편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4년 10월 10일 대한노인회는 정부의 노인요양시설 확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대한노인회

지역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요양시설을 늘리려는 서울시의 고민은 요양시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점점 부족해지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34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노인요양시설의 지역별 수요-공급 적정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국적으로 34만145명의 요양시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 속도에 비해 인프라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서울의 요양시설 정원은 1만6318명으로 5년 전보다 고작 1264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오는 2030년에는 서울 내 요양시설 수요가 4만4512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약 3만 명의 노인이 시설에 입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설 확충 속도로는 시 고령화에 따른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가 30인 이상을 수용하는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 부지를 임차해야 한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요양시설 신규 설립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주요 걸림돌로 지적된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요양시설에 입소하기 위해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서울시 요양시설 대기인원은 1만8000여명이고 오는 2030년에는 2만8000여명이 입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요양시설 공급을 위해 노인복지법과 주택 관련 규정의 개정 등으로 일정 세대 이상 주택 조성 시, 요양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snow@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