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하나만, 장식없는 무덤에 묻어달라”… 마지막까지 검소했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1936~2025]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2 18:53:57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 유언 공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아닌
산타 마리아 대성전 지하에 묘
100여년 만에 바티칸 외 안장
트럼프 부부, 장례식 참석 밝혀

“장식 없는 무덤에 묻어달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검소하고, 소탈했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담은 것이었다.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세는 12년간 가톨릭을 이끌며 종교를 넘어 전 세계에 남긴 큰 울림과 함께 세계인들의 애도를 이끌고 있다.

“평안 얻길”… 전세계 추모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아디오스’(‘안녕히 계세요’라는 의미)라는 글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그린 그림을 들고 세상을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고 있다. 바티칸=EPA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교황청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을 공개했다.
2022년 6월29일 직접 작성한 유언장에서 “나의 세속적 삶의 일몰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영원한 삶의 생동감 있는 희망과 함께 나의 매장 장소에 대해서만 유언을 남기고 싶다”면서 “나의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 쉬도록 하기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덤이 반드시 지하에 있고 단순해야 한다며 위치까지 정확히 지정했고, 이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도표까지 첨부했다.
또한, 특별한 장식 없이 오직 자신의 라틴어 교황명(Franciscus)이 적힌 비문만 있어야 한다면서 장례식 비용도 미리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유언을 마무리하면서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 계속 기도할 사람들에게 마땅한 보상을 주시기를”이라고 기도했다.

21일(현지시간) 바티칸의 교황 개인 경당 내 관 속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하게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매우 사랑한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즉위한 지 만 하루가 되기 전 이 성당의 대성전에 있는 성모 마리아 성화 앞에서 기도했고, 이후로도 자주 방문했다.
인터뷰 등에서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위해 사후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교황 장례에 대한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지난해 교황청이 발표한 교황 장례 개정 전례서에는 교황의 시신을 안치하는 관을 삼중관에서 목관 1개로 줄이는 등 교황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21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의 매직 워터 서킷 분수에서 방문객들이 분수에 투영된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언대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면 100여년 만에 바티칸이 아닌 장소에 묻히는 교황이 되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는 교황으로는 1669년 이후 처음이 된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로마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장례식 날짜는 공표되지 않았으나 통상 선종 후 4∼6일 사이에 장례 미사가 열린다고 미 공영방송인 NPR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찾게 되면 지난 1월 재집권한 뒤에 첫 외국 방문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애도의 뜻을 담아 미국의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민 문제, 기후변화 등 여러 현안을 두고 집권 1기 시절뿐 아니라 최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과 수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