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친중 여론을 형성·결집하고 필리핀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댓글부대를 고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25일(현지시간) 인콰이어러·필리핀스타 등을 인용 "현지 매체가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관이 현지 '댓글부대'를 고용했다는 의혹이 필리핀 정치권에서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댓글부대는 가짜뉴스와 친중 여론을 퍼뜨릴 뿐만 아니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등 중국에 비판적인 정치인 등을 공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는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다.
여당 상원 원내대표인 프랜시스 톨렌티노 상원의원은 전날 의회에서 주필리핀 중국 대사관과 현지 마케팅 기업 '인피니터스' 간 계약서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인피니터스는 2018년 설립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 알루미늄 제조업체 중왕 등 중국 기업들을 고객으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8월 체결된 계약서를 보면 인피니터스는 전담 '키보드 워리어'(댓글부대)를 중국 대사관 측을 위해 제공한다고 쓰여있다.
대사관 측이 한 달 후인 9월 인피니터스에 93만 필리핀페소(약 2370만원)를 지급했다는 수표 사본도 존재했다.
톨렌티노 의원은 11명으로 구성된 팀이 필리핀 일반인으로 위장한 페이스북 계정 약 300개와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약 30개를 만들었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이 계정은 남중국해 분쟁, 필리핀 외교 정책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가짜뉴스와 친중적 주장을 퍼뜨리는 데 사용됐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에 비판적인 의원들을 비방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중국 대사관이 지불한 돈은 은밀하고 음흉한 무언가에 쓰였다.
댓글부대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댓글부대로 필리핀 정부·국민을 겨냥했다고 역설했다.
조너선 말라야 필리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의회에 출석해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내 단체가 내달 열리는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징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말라야 대변인은 중국이 총선에서 선호하는 후보들을 지원하고 선호하지 않는 후보들은 공격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준수하고 필리핀 선거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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