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재수사, 관련자 ‘입’에 달렸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8 21:05:49

사건 15년 지나… 추가물증 확보 한계
檢, 권오수 前 회장 등 줄소환 예고 속
대법 유죄 판결·尹 파면 등 영향
향후 진술 변화 가능성 커져 ‘주목’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다시 수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변화가 검찰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김건희씨. 뉴스1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우선적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가 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특정된 2010~2011년으로부터 약 15년이 지나 추가 물증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관련자 진술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씨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권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는데, 대법원이 권씨에 대해 이미 유죄를 확정한 만큼 향후 진술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 사이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것도 관련자들의 진술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핵심은 김씨가 주범들의 시세 조종 범행을 인식하고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검은 이른바 ‘7초 매도’ 의혹 등을 다시 들여다볼 방침이다.
‘2차 주포’ A씨가 공범 민모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매도하라 하셈” 등의 문자를 보내고 7초 뒤에 김씨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됐다는 의혹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지난해 10월 이 메시지 내용을 가장 의심스러운 물증으로 지목하면서도 “권씨가 김씨와 주가조작에 대해 논의했다는 가정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수 없었다”며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중앙지검이 이런 결론을 내린 근거는 관련자들의 진술이었다.
2차 주포 A씨는 당시 “권씨와 김씨는 가까운 사이였고 김씨가 권씨를 많이 믿는다”면서 “김씨는 권씨가 언제 얼마를 사거나 팔라고 하면 믿고 매매해준 것 같다”고 했고, 권씨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결국 검찰은 “김씨가 권씨의 연락을 받고 매도한 것 같으나 시세조종을 인식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결론을 냈다.
당시 김씨에게 시세조종 사실을 알렸는지 등 권씨의 진술이 중요한 이유다.

A씨와 같은 ‘전주(錢主)’이면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손모씨와 김씨의 차이점도 쟁점이다.
중앙지검은 방조 혐의로 기소된 관련자들은 모두 ‘주식 전문가’지만 김씨는 주식에 대해 전문성 없는 일반 투자자이기 때문에 시세조종에 대해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는 그냥 상장사 대표인 권씨의 말을 믿고 매수하려는 것 같았다”(1차 주포 이모씨), “권씨가 팔아라 하면 팔았을 것”(공범 민모씨) 등 관련자 진술을 불기소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