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전쟁으로 미·중 경제가 심각한 내상을 입은 가운데 중국이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신들은 과거 1차 미·중 무역전쟁 때도 중국이 SNS를 통해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는 그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온 중국이 다소 완화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TV(CCTV) 계열 SNS인 '위위안탄톈'은 지난 1일 게시물에서 "미국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 중국이 먼저 대화에 나설 필요는 없다"면서도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중국에 해가 될 것은 없다"고 논조를 완화했다.
이는 중국이 먼저 대화를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성의 있는 태도로 접근할 경우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이 고율 관세전쟁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베이징의 태도가 부드러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베이징과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과 관련해 다소 유화적인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고 짚었다.
외신들은 며칠 새 달라진 중국의 기류에 주목했다.
앞서 중국은 양국의 무역협상을 두고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24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먼저 철회해야만 협상이 가능하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고, 중국 외교부 역시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 공식 SNS에 공개한 영상에서 미국을 '깡패(bully)'와 '종이호랑이(paper tiger)' 등으로 지칭했다.
중국이 SNS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문을 열어두겠다는 신호를 보낸 점도 양국의 협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1차 미·중 무역전쟁 때도 협상에 나서기 전 SNS를 통해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왕쯔천 중국글로벌화센터의 연구원은 위위안탄톈과 또 다른 계정의 게시물들을 통해 "중국이 무역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이런 신호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비교적 새로운 시도"라면서 1차 때도 유사한 방식이 일부 사용됐다고 짚었다.
양국 정상의 태도가 달라진 데는 민심과 경제지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 여파 등으로 지난달 29일 취임 100일 전인 '허니문' 기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44% 지지율이라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직전 조 바이든 전 대통령보다 낮고, 트럼프 1기 때보다도 낮은 수치다.
1분기 5.4%의 경제성장률(GDP)로 선방한 중국의 경기지표도 4월 악화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중국의 4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기준점인 50을 하회해 경기 수축 국면임을 나타냈다.
FT는 "(중국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에 대한 의사를 시사한 가운데 나왔다"며 "중국의 4월 제조업 지표가 202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관세 여파가 중국 경제 지표에도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시점에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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