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들었다 놓은 역사적 선고 현장, 울고 웃은 보수·진보 [이슈클립]더팩트 기사제공: 2025-05-03 00:06:03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8대0 파면을 위한 시민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을 지나 서십자각까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오승혁 기자] 2025년, 이제 5월의 시작인데 네 달 만에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다시 없을 파장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와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유죄 판결이 그것이다. 각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잇따라 내린 판결에 대한민국은 내달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연일 보수, 진보 진영의 갈등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반대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기다리며 각 진영의 주장을 유튜브 생중계와 거리에서의 발언 등을 통해 전파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존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치 재판 중단하라!" "민주주의 파괴!"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판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판결 직후 "이재명 후보에게 ‘거짓말 면허증’을 내준 항소심 판결을 오늘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바로 잡았다"며 "신속하고도 정의로운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들은 "거짓말을 일삼던 정치에 경종을 울렸다"고 판결에 대해 극찬했다.

그러나 한 달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던 진보 진영은 전격적인 파면 인용 판결에 환호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 직후 본인들이 시위대를 운영했던 안국역 인근부터 광화문까지 촛불 행진을 진행하며 자발적인 승리 집회를 여는 한편 서로 커피, 간식 등의 음료와 먹거리를 나누고 잔치를 즐겼다.

같은 시각 서울시 용산구 삼각지역 전쟁박물관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헌법재판소 판결을 대형 스크린으로 함께 관람하던 보수측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에 오열하고 쓰러지듯 주저 앉아 우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두 건의 판결로 인해 여야 모두 불확실한 정치 국면에 직면하게 됐다. 이 후보의 유죄 판결은 진보 진영의 대선 전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은 보수 진영의 분열을 가속화해 조기대선에 참전하는 후보를 늘렸다.

금융권도 두 건의 판결 사이에 증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불안정한 상황 탓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이탈해 원화가치도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두 달 사이에 보수, 진보 정반대 진영의 리더들이 법의 심판을 받으면서 사법부가 이례적으로 사회 이슈 중심에 섰다는 말도 나온다.

sh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