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까지 덮친 고율관세… ‘탈중국’ 中 기업도 철수 고민 [차이나우]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03 14:39: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46%의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거나 철수까지 고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 박닌지역은 중국 기업의 대체 생산기지로 떠올랐지만 수출 중심 공장들이 관세 회피 전략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7월부터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현지에서는 이미 수많은 공장이 주문을 취소하고 확장 계획을 철회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을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의심해왔다.
일부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제품을 베트남산으로 둔갑시켜 미국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원산지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제품의 30% 이상이 현지에서 생산돼야 베트남산으로 분류되는데,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할 경우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박닌 현지에서 접착제와 전자부품 등을 유통하는 스신촨씨는 SCMP에 “여기 있는 중국 기업들은 숨죽이며 2개월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관세가 현실화되면 중소기업부터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중국 투자자 대상 비즈니스 행사도 운영 중인데 “고객 중 일부는 이미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 여파는 투자자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베트남 컨설팅 업체는 “2024년 초에 비해 중국 기업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기존 거래처 일부는 이미 철수했다”고 밝혔다.
하노이에 법인을 둔 마케팅 회사 대표 류제는 “20~30% 관세는 감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가격을 조정한 기업도 있지만, 1000명 규모의 중국 조사단이 공장 설립 계획을 전면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관세 유예 기간 동안 미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0일 호 득 폭 부총리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열었으며, 미국산 자동차·LNG 관세 인하와 스타링크 승인 등 다양한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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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중 간 신경전도 변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과 정치·경제 협력을 강화하자 미국은 “양국이 미국을 상대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의심했다.
중국은 베트남에 대해 “자국의 이익을 해치며 미국과 거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베트남의 국제무역 전문가 댄 마틴은 “46%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면 대부분의 중국 중소기업은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렵다”며 “절반 이하로 조정된다면 대기업은 생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베트남 내 일부 기업은 유예 기간을 활용해 미국향 주문을 앞당겨 출하 중이며 반대로 주문을 취소한 곳도 있다.

중국 해관 자료에 따르면 관세 발효를 앞둔 3월 베트남행 컴퓨터 부품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5% 급증했다.
투자 회수에 나선 기업들이 출하를 앞당긴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계 전자부품업체 궈얼타이는 박닌 교외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며, 현지 직원들은 “현재까지는 사업에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신규 투자는 대부분 보류된 상태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