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당 인민행동당(PAP)이 3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1당 장기집권 체제가 확립됐다.
스트레이츠 타임 등 현지 매체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PAP가 전체 97석 중 87석, 야당인 노동자당(WP)가 10석을 얻었다.
PAP는 93석 중 83석을 차지한 2020년 총선과 비교해 선거구 개편으로 늘어난 의석수 4석만큼 더 많은 의원을 배출했다.
이번 총선은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해 5월 취임한 후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라서 국정 동력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1965년 독립 이후 60년간 장기 집권해온 PAP의 승리는 당연시됐다.
PAP가 얼마나 크게 이기느냐가 관건이었다.
싱가포르의 국부인 고(故) 리콴유 초대 총리가 창당한 PAP는 1965년 독립 이후 모든 총선에서 승리하며 한 번도 정권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총선 PAP 의석 점유율은 89.2%로 사상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졌다.
득표율은 2015년 총선 69.9%에서 8.6%포인트 급락한 61.2%를 기록해 '사실상 PAP 패배'라는 평가도 나왔다.
싱가포르 총선은 법적으로 올해 11월까지 개최하면 되지만, 웡 총리는 새로운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의회 조기 해산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의석 점유율 90% 회복에 실패했지만, 득표율이 4.3%포인트 반등하고 야당 의석수 확대를 막았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웡 총리는 지역구 승리 직후 "강력한 지지에 감사드리며, 더 열심히 노력해 보내주신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유진 탄 싱가포르 경영대(SMU) 교수는 "야당이 2020년 총선보다 많은 의석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이 놀랍다"라며 "유권자들이 오랫동안 싱가포르를 통치해온 여당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또한 도널드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가 안정적인 여당의 지지를 호소해온 PAP 승리를 이끌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웡 총리도 이와 관련해 "국민들이 정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 결과는 격변하는 세계에서 싱가포르가 더 나은 위치에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2대 고촉통 총리에 이은 두 번째 '비 리콴유 가문 출신' 총리인 웡 총리 체제로의 전환 완성이라는 의미도 있다.
취임 후 첫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 웡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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