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접경지 통한 北정보 획득
사실 이외 주관적 요소 개입 우려
사진·기록 통한 장기적 실체 확인
군 외 경제·재난·관광 주제 분석
“대북 정책 수립에 명확 근거 제시”
“북한 관련 정보는 추측이나 인터뷰 등 명확하지 않은 방법으로 수집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성 사진을 활용하면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 북한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
다음 달 개장을 앞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비롯해 북·러 두만강 다리 건설 현장, 북한 최대 무역항이자 조선소가 있는 남포항 등 북한 정권이 심혈을 기울이는 지역 동향을 최첨단 기술로 분석해 발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위성사진 분석 업체 에스아이에이(SI Analytic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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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균 SIA 대표이사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성 사진을 활용해 북한 관련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IA 제공 |
우선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와 같은 관영매체 보도 내용을 근거로 대내외 정책을 파악하고 당·내각 고위급 인사 변동, 무기 제원 등을 추정할 수 있다.
많은 양의 북한 정보를 꾸준히 파악할 수 있지만,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고 내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증언이나 북·중 접경지역 소식통을 통해 북한이 공표하지 않은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기에도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는 위성사진을 활용한 북한 정보 분석의 장점으로 ‘객관성’을 들었다.
장기간 동일한 지역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비교 분석하면 차량 통행량, 군함 건조 현황, 건설 사업 진행 상황 등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인공위성을 활용하면) 명확한 사진과 장기적인 기록들을 통해 실제 추세가 어떠한지 파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분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IA에서 북한 분석을 담당하는 ‘NK Insight’ 팀은 30년 넘게 북한 정보 분석을 담당한 군 출신 인사 등 전문가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외국 상업위성이 평양, 함흥, 청진, 나선, 두만강, 원산, 평산, 남포, 신의주, 만포 등 10개 지역을 2주 단위로 촬영한 사진을 자체 개발한 AI 기술로 분석하고 있다.
AI로 위성 사진의 해상도를 높인 후 선박, 차량, 항공기 등을 자동 식별하게 해 변화상을 추적하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일부는 자사 웹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전 대표는 “SIA는 국내 국방 및 안보 기관들의 감시 정찰 업무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제나 재난·재해, 관광 등을 주제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들은 최근 남포항에 대형 선박과 유조선의 통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에 비춰 북한에 정제유가 지속적으로 반입되고 있다고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건설 동향 보고서도 수차례 발표했다.
‘NK insight’의 이규철 팀장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기 시작한 2022년 8월 이후 (위성 사진들이) 많이 바뀌었다”며 “남포로 향하는 유조선이 많아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이고, 북·러 간 철도망도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위성사진은 북한인권 문제와 같은 정치적 사안을 분석하는 데도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전 대표는 “과거 북한 주요 지역 무덤들을 모니터링한 적이 있는데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망률보다 특정 기간에 무덤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등 유의미한 사례를 봤다”며 “다만 정치 관련한 학살인지, 재난 발생인지 등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부가적인 정보를 통해 분석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SIA는 북한 분석 말고도 위성사진과 AI 기술을 결합해 해외 지역 경제성 분석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기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는 저개발 국가들도 폭우 등 재해성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수상하는 등 공익사업을 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한국의 위성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정부가 위성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전 대표는 “한국 상업 위성도 늘어나고 있고 분석 역량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 국가의 공공 정보 인프라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국가 간 협력에서 카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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