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유력후보 선출 걸림돌은 중국?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06 20:07:01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가 교황청과 중국의 오랜 난제였던 주교 임명권 협정을 추진한 설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황 선출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인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이 2018년 교황청-중국 간 주교 임명권 협정이 그의 앞날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 이인자인 국무원장을 맡은 파롤린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기에는 그의 대표적인 업적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중국에선 오랫동안 바티칸에 충성하는 '지하 교회'와 중국 당국이 인정하는 공식 교회로 분열돼 있었다.
바티칸은 중국이 아닌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은 독자적으로 주교를 임명해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썼다.
2018년 9월 양측은 주요 갈등 요인이었던 주교 임명권 문제를 합의하고 잠정 협정을 맺고 이를 여러 차례 연장했다.
이 협정으로 중국 내 주교 임명에 중국은 공식적인 발언권을 가지게 됐지만 비판 역시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2018년 협정 당시 홍콩 대주교 출신 조지프 쩐 추기경은 "교황청이 중국에 가톨릭을 팔아넘겼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존 앨런 주니어 가톨릭 뉴스 웹사이트 크럭스 편집자는 "중국 가톨릭 여러 세대가 가톨릭교회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거부하며 순교하고 박해받았다"며 "일부는 (교황청과 중국의) 거래를 본인이 받은 고통에 대한 배신으로 여긴다"고 짚었다.

홍콩중문대 천주교연구소의 루시아 청은 "이 협정으로 교황청이 덫에 빠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직위에 필요한 덕목이나 교회의 뜻은 존중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주교를 임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란체스코 시시 바티칸-중국 관계 전문가도 중국이 임명 절차를 질질 끌면서 많은 교구에서 합의된 주교를 임명하지 않았다면서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협정을 맺은 이후에도 중국은 교황청의 허가 없이 새로운 주교를 임명하기도 했다.

파롤린 추기경이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떠오르면서 그의 업적은 비판 거리가 되고 있다.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되는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의 '베테랑' 외교관으로 ▲베트남 ▲북한 ▲이스라엘 ▲중국과 같이 바티칸과 관계가 껄끄러운 국가와 관계를 다뤘다.
2009년 베네수엘라 주재 교황청 대사를 맡았고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에 국무원장이 되면서 교황청과 중국과 관계 개선을 주도했다.

특히 관계 개선 노력이 강력한 자본력으로 영향력 강화를 노리는 미국의 극우 가톨릭 세력 등으로부터는 성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 학습시보는 "중국은 새 교황이 중국에 우호적이고 대만과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맺지 않기를 원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