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첫 총리인준 과반 득표 실패… 정치 불확실성 고조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06 22:47:58

메르츠 기민당 대표 총리 선출 실패
연정서 최소 18표 이탈… 긴급회의
연방의회 14일내 총회 소집 재투표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사진)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6일(현지시간) 총리 인준 투표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1949년 독일 연방공화국 성립 이후 총리 후보가 인준 찬반 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첫 사례로, 독일 정치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이날 연방하원에서 실시된 1차 인준 투표에서 6표 차로 총리 선출에 실패했다.
전체 630표 중 과반인 316표를 확보해야 했지만 310표 획득에 그친 것이다.
반대표는 307표에 달했고 기권 3표, 무효 1표였다.
9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메르츠 대표가 이끄는 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으로 구성된 새 연정이 총 328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8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츠 대표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연정 파트너들과 긴급회의를 위해 황급히 의회를 떠났다.

독일에서는 총리가 취임하려면 의회 신임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사실상 집권당 또는 연정의 사전 합의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로 여겨진다.
메르츠 대표도 애초 이날 무난히 투표를 통과해 취임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개표 상황을 생중계하던 현지 방송 진행자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독일 기본법에 따라 연방의회는 앞으로 14일 이내 다시 총회를 소집해 재투표를 할 수 있다.
여러 차례의 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대통령은 최다 득표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거나 연방의회를 해산해 새로운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이번 과반 확보 실패는 독일 좌우 양당의 불협화음이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극우 정당의 부상과 경기 침체 등 현안이 산적한 독일에서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월 실시된 총선에서 CDU·CSU 보수 연합은 28.5%의 득표율로 승리했으나,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했다.
이에 메르츠는 중도 좌파인 SPD와 연정 협정을 체결했다.
BBC는 “이번 투표 결과는 SPD가 메르츠와 보수연합에 가한 굴욕”이라고 분석했다.
원내 2당으로 올라선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의 앨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투표는 CDU·CSU와 SPD의 작은 연대가 얼마나 빈약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CDU 내부에서도 “대연정에 불만을 가진 당내 일부 강경파와 SPD 내 반대 기류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양당의 연정 협상은 세제 개편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결렬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