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5월9일) 8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러시아를 방문하는 각국 정상들과 7일(현지시간) 릴레이 회담을 치른다.
2022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서방 견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고 전략적 동반자 및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승절에 초대된 29명의 정상 중 가장 먼저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타스통신은 양국이 국방 관계를 개선하고 군사기술 협력을 수행하며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내용 등이 조약에 담겼다고 전했다.
또 양국 정상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 대통령과도 회담했다.
전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에 초대된 29개국 정상 중 15개국 이상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정치 분석가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AP통신에 "푸틴 대통령에게 이날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연합의 규모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보여주는 중요한 날"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8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7~10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취임 후 11번째이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전승절 행사의 '주요 손님'이라고 칭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외에도 조찬, 티타임 등 비공식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국이 무역 및 러시아의 대중(對中) 석유·가스 공급, 브릭스(BRICS) 국가들과의 협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양국 정상이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하고, 다수 협정에 서명하며 중·러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도착 직후 성명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는 주요 강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결과를 수호하고 유엔과 국제법·질서에 기반한 국제 시스템을 확고히 지키며 패권과 힘의 정치에 단호히 반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저녁에는 해외 정상들을 위한 대규모 환영 리셉션이 열리고, 전승절 당일인 9일 푸틴 대통령과 해외 정상들은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을 지켜본 뒤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일에도 연쇄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날 러시아에 도착한 룰라 대통령은 2003~2010년 재임 시절 러시아를 두 차례 방문한 바 있다.
부치치 대통령과 피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찾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동맹국뿐 아니라, 우리의 이념과 세계관에 공감하는 많은 국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은 대사급이 대표로 참여하고, 북한군도 행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샤코프 보좌관은 '흥미로운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가 별도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은 각각 자국 행사 일정과 코로나19를 이유로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 중 하나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모스크바를 찾을 예정이었으나, 카슈미르 테러 사건 이후 파키스탄과 긴장이 고조되며 일정을 취소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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