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치면서 러시아 원유 수출액도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유가 하락으로 인한 종전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난은 국부펀드 운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5월4일까지 최근 4주간 러시아의 원유 수출액이 총 49억6000만달러로 이전 동 기간에 비해 2억2000만달러(4%) 감소했다고 7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이끈 가격 하락이 반영된 결과"라며 "최근 1주일 동안 러시아 발트해 항구에서 출하되는 원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유 물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월 4일까지 4주간 러시아 전역의 항구에서 출하된 원유 물량은 하루 평균 329만 배럴로 전주와 거의 변동이 없었다.
다만 가장 마지막 주 기준으로는 19만배럴(6%)가량 감소했다.
수출액이 줄어든 데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증산 기대가 주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6월 생산량 목표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 방침도 지속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원유 운송에 사용되는 비공식 유조선 선박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계획 중이다.
여기에 더해 150척 이상의 유조선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와 거리를 둔 만큼 종전 압박을 위해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유가 하락과 관련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우린 전쟁을 끝낼 좋은 위치에 있으며, 그들은 끝내길 원한다.
우크라이나는 끝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용납지 않는다는 듯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유가는 국가 안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만 실제로는 유가 하락이 러시아 재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올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복지기금(NWF)'에서 자금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매체 RBC가 보도했다.
그는 "4470억루블 규모의 순지출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예산 규칙에 따라 국민복지기금을 지출(외환 매도)한다고 RBC는 설명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최근 예산 매개변수를 조정한 배경이 유가 하락 때문이라며 석유·가스 수입은 2조6000억루블 감소했고, 비(非)석유·가스 수입은 증가했으며, 결과적으로 재정 적자가 작년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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