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불법 도축농장에서 구출된 개 수십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돼 새 가족을 찾게 됐다.
연합뉴스는 8일 청주시가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와 협업해 흥덕구의 한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 68마리를 미국으로 해외 입양 보낸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51마리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으며, 너무 어려 당장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강아지와 어미 개 등 17마리는 4개월 정도 더 보호한 뒤 연말께 해외로 보내질 예정이다.
앞서 청주시는 지난 2월 흥덕구 A농장에서 개들을 불법 도축하고 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신고를 받았다.
신속하게 현장 점검에 나선 시는 개 사체를 발견하는 등 해당 농장에서 잔인하게 불법 도축이 이뤄진 정황을 확인했다.
농장주는 40년 넘게 개를 사육하고 도축해 고기를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에는 이른바 '뜬장'이라고 불리는 비좁은 철망 케이지에 한 마리씩 갇혀 사육되고 있는 개 68마리가 있었다.
대부분 진돗개 믹스 품종으로, 새끼도 일부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개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영양 결핍으로 뼈가 변형되는 질병을 앓는 등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시는 농장주로부터 개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보호에 나섰다.
구조된 개들은 시 산하 반려동물보호센터와 A농장에서 나뉘어 관리됐다.
보호센터의 공간이 부족해 개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직원들이 교대로 A농장을 찾아 아침, 저녁 사료를 주는 등 개들을 돌봤다.
이 과정에서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아 이 중 몇 마리가 국내 입양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된 개들은 우리나라에서 새 가족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가 구조견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시 관계자는 "식용으로 키워진 개는 입양이 쉽지 않다"며 "국내 반려인들의 소형견 선호 현상으로 대형견 입양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고, 오랫동안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어 시로서는 무척 반가운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시는 동물보호단체와 협업해 종합 백신, 광견병, 코로나19 등 예방접종을 하는 등 해외 입양 준비를 마쳤고,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개들을 미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
배우 다니엘 헤니도 개들의 이동 작업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다니엘 헤니는 국내 개 농장에서 구조된 리트리버를 입양해 키우고 있으며,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를 오랫동안 후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진 청주시 동물보호팀장은 "농장주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농장은 폐쇄됐다"며 "앞으로도 동물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는 연간 약 1300마리의 유기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이 중 20%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고, 60%는 입양 조치된다.
김 팀장은 "현재 시는 일반가정에서 2개월간 유기 동물을 임시 보호한 뒤 입양을 결정하는 반려동물 임시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입양 시 진료비 지원, 취약계층 진료비 지원 등 동물복지 제도를 시행 중이니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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