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첫 번째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전 추기경(레오 14세)이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등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미국 타임지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교황 즉위 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2015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두고 "문제적이며, 반이민 정서를 조장한다"고 지적한 글을 게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탄압을 가톨릭 신앙으로 정당화한 JD 밴스 미 부통령을 향해서는 "예수님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순위로 나누라고 하신 적이 없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레오 14세는 교황 선출 직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함께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농담처럼 다룬 장면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지난 3월 미국 정부는 불법 이민자 추방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시에 적국 국민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적성국 국민법'을 근거로 베네수엘라 국적자 238명을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아웃소싱' 형태로 이감시켰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도를 이끄는 레오 14세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긴장 관계는 향후 국제 정세와 미국 내 정치에 뚜렷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타임지는 짚었다.
미국 내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약 20%, 유권자 기준으로는 약 25%를 차지하는 정치적 핵심 집단이다.
그의 전임인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 및 인권 문제 등을 두고 충돌해왔다.
향년 88세로 선종한 그는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첫 방문지로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인 지중해의 람페두사섬을 선택했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 역시 이민자와 빈자를 향했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의 마지막 날까지 두 지도자는 이민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며 "두 사람 모두 이 문제를 자신의 사명과 유산의 핵심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다.
그는 이날 본인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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