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계속고용 여부,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야”
권 교수 “일률적 방안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고령자 계속고용 의무제’ 도입을 제안한 가운데 정년의 일률적 규율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급진적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사회법학회가 주관하고 노동법이론실무학회·고려대학교법학연구원노동사회보장법센터·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가 공동주최하는 춘계학술대회가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다.
‘고령자 고용연장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날 대회에서는 경사노위 공익위원인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와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에 나섰고, 이후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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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세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미래세대와 함께, 지속성장을 위한 '고령자 계속고용의무 제도화 공익위원 제언' 발표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토론에서 법적 정년을 규율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 영역에서 정년을 법률로 정하는 것, 이어 더해 규정된 정년을 법률로 상향하는 것은 논리적인 설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법적 정년 연장으로 고용에 부담을 지는 주체가 민간 기업인 탓이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과 법적 정년을 맞추려는 것도 논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는 국민연금공단으로 국가인데, 연령지급 개시 연령을 상향 조정해 (소득) 공백이 생긴 것을 사용자 부담으로 채우려 한다는 것은 해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년을 초과한 고령자를 계속 고용할 것인지 아닌지를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의 ‘선별 재고용’ 입장보다 더 기업에 힘을 싣는 주장이다.
그는 “수명의 연장 등으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는 연령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고령으로 일자리를 상실한 근로자에 대한 일자리 보장 문제는 원칙적으로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하고 일률적 해법 어려워”
권혁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계속고용의 방법(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봤다.
8일에도 권 교수는 “노동현장에서 정년 연장 정책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다양하고, 노동현장의 모습이 회사 규모마다, 직종마다 너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사노위 공익위원 제언에 대해 “‘단순하고, 일률적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실제 노동시장은 더 복잡하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했다.
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처벌 조항은 없다.
정년제 운영 사업체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고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근로자가 60세 정년 전에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실정이기도 하다.
경사노위 공익안 발표 당시 이영면 위원장도 “60세 정년을 채우는 분들은 전체 근로자의 15% 정도”라며 “(법적 정년을) 65세로 바로 가게 되면 그분들(공무원, 유(有)노조 사업장)은 혜택을 보지만, 85%의 근로자들은 정년을 연장했을 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느냐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발표 내용, 국회까지 질타
8일 경사노위는 1년에 가까운 기간 논의한 계속고용 공익위원 제언을 발표했다.
제언은 올해 입법을 전제로 2027년까지 2년간 제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설계했다.
2028년부터 2031년까지 2년마다 1년씩, 2032년부터는 매년 1년씩 계속고용 의무기간을 연장해 2033년 연금수급 개시 연령인 65세와 고용의무 기간을 맞추는 방안이다.
이른바 ‘고령자 계속고용 의무제’다.
이 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모두 불만을 드러냈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주장인 ‘선택적 재고용’과 가깝다는 입장이고, 경영계는 ‘사실상의 정년 연장’이라고 반발했다.
심지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단체들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전날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계속고용의무화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요구해왔던 선별 재고용과 동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수급 연령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연장을 하려는 것인데 선별 재고용 방식으로는 애초 목적이 잠식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TF’도 해당 제언을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고 질타했다.
발표 과정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어 “계속고용의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계의 요구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밝혔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를 전제로 설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현호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은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제도는 정규직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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