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 비밀회의(콘클라베) 기간 세상과 단절된 추기경들에게 제공된 식사는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메뉴 위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가톨릭뉴스통신(CNA) 등은 조르조 칼라브레세 이탈리아 영양학 박사이자 의사가 이번 콘클라베 기간 133명의 추기경을 위한 식단을 짰다면서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효과적인 메뉴들로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133명의 추기경은 콘클라베가 개막한 지난 7일부터 교황청 방문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묵었다.
이들은 휴대전화 등은 소지할 수 없으며 새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숙소와 시스티나 성당만을 오가는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다.
칼라브레세 박사는 "추기경들이 집중해서 일해야 하다 보니 체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특히 영미 문화권 출신 추기경들에게 이런 현상이 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그는 아침 식사로는 저지방 우유와 잼 또는 꿀을 바른 토스트를 제안했다.
또 점심은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가볍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도록 했다.
이대로라면 추기경들은 토마토와 바질을 곁들인 파스타, 튀기지 않고 구운 살코기나 생선, 찌거나 구운 채소를 섭취했을 가능성이 크다.
투표를 진행한 뒤 지쳐있는 추기경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저녁 식사일 것이다.
저녁 식사로는 소화하기 쉽도록 익힌 햄, 훈제 연어나 정어리, 기름이나 소스를 첨가하지 않은 참치, 치즈 등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됐다.
칼라브레세 박사는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선 베이컨, 계란, 고기는 별로"라고 지적했다.
칼라브레세 박사는 와인은 마실 수 있도록 했지만, 딱 한 잔만 권장했다고 했다.
그는 "술 같은 독한 알코올은 간에 부담을 줘 뇌에서 에너지를 뺏어 간다"라고 짚었다.
보통 간식으로는 아이스크림 등을 먹지만, 추기경들에게는 과일이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칼라브레세 박사는 "밖에 있다면 아이스크림을 먹겠지만, 외출할 수 없으니 수녀님들이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같은 신선한 과일을 줄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콘클라베 기간 식단을 책임지는 요리사들과 재료 운송자들은 모두 비밀 유지 서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추기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칼라브레세 박사는 "교황청에 제출한 '콘클라베 특별 식단'을 바탕으로 산타 마르타의 집을 운영하는 수녀회에서 최종적으로 음식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식사의 맛은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은 콘클라베 식단을 두고 "기차역에서나 먹을법한 메뉴"라고 불평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콘클라베 기간엔 통닭이나 파이,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음식 안에 쪽지를 숨길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투표 상황 등을 외부로 유출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한편 콘클라베 둘째 날에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면서 추기경들은 비교적 일찍 자유의 몸이 됐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