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출현 전후로 예술의 속성은 본질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3회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한 김아영 미디어아트 작가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19세기 말, 20세기 초 사진이 발명되자 재현의 역할을 했던 그림과 조각이 기능을 상실했고, 그 이후 비로소 현대미술이 태동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 기술의 발전으로 미술이 모사 중심에서 작가의 예술적 자율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처럼, AI의 발전이 미술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다.
김 작가는 다만 인간이 아닌, AI만을 활용해 창작한 결과물은 예술적 가치를 지닐 수 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AI가 창작을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일 수는 있지만 예술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인 작가의 의도, 창작 과정의 고통, 작가의 내면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사유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AI로만 만든 창작물을 예술로 인정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그럼에도 기술과 예술을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플랫폼의 발전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한 개인이 8개가 넘는 자아를 갖고 있다고 한다"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복잡한 연결망이 생기는데 사실주의만으로는 수많은 레이어(layer)를 담아낼 수 없다.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레이어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맺은 'LG 구겐하임 아트&테크 파트너십'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기술을 활용해 창의성 영역에서 혁신을 이끈 작가에게 수여된다.
김 작가는 AI와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미디어 아트 작업을 해오고 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에 한국인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김 작가가 처음이다.
LG는 김 작가의 대표작인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의 장면을 담은 수상 축하 영상을 25일까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LG 전광판에 상영한다.
이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 플랫폼이 일상화된 도시에서 여성 라이더들과 AI의 상호작용을 표현했다.
LG 관계자는 "김 작가에게 기술은 작품의 매개일 뿐 아니라 주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신기술을 접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감정을 고려해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바를 세심하게 고민하는 LG와도 공명하는 점이 많다"며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 김 작가의 한층 영향력 있는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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