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의 첫 무역협상과 관련해 "회담은 건설적이었으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미·중 무역전쟁 속 첫 고위급 대면 협상으로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관세전쟁을 이어온 양국 간 갈등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완화될 지 주목된다.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측 수석대표인 허 부총리는 이날 협상을 마친 뒤 "공동성명이 12일 발표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중요한 컨센서스를 이뤘다"면서 "양측은 통상·경제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키로 합의했으며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관세전쟁 탓에 경색된 가운데 진행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중국 상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미국 상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미국에서는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회담에 나섰으며 중국에선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는 "중국은 통상 협상에서 항상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추구해왔다"라면서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차이는 관리하고 협력 분야를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 경제에 더 많은 확실성과 안정성을 불어넣을 것"이라면서도 "(양국간) 일부 차이와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중국중앙(CC)TV는 이번 회담이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적이었으며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허 부총리는 만약 미국이 무역전쟁을 고집할 경우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도 함께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고위 관리 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은 이번 주말 회담을 양자 관계 재정비의 기회라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무역 갈등을 완화할 의향이 있는지 가늠해 볼 기회로 여겼다고 전했다.
특히 허 부총리는 미국 측 인사들과의 회담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산 선박에 대한 새로운 항만 사용료 부과 등 중국의 핵심 관심사에 집중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이날 협상 종료 뒤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매우 중요한 무역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당한 진전(substantial progress)을 이뤘다는 것을 기쁘게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논의는 생산적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다.
우리는 내일(12일) 오전에 자세하게 브리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상에 앞서 중국은 미국 측에 선의를 보여줄 것과 관세 철회를 요구했으며, 이러한 회담이 미국 측의 지속적인 제안을 통해 성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협상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80%로 인하할 것을 제안하며,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길 촉구했다.
중국은 관세 철회와 같은 미국의 잘못을 바로잡는 조치가 있어야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며,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편 미 관세 인상이 중국 수출업체들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최근 공개된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4월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다만 미국으로의 수출은 21% 급감해 2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3월에는 미국 수출이 9.09% 증가했었다.
CNN에 따르면 9일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미국 서부 주요 항만으로 향하는 화물선이 한 척도 출항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으며 여기에는 금리 인하,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소비자와 기업 지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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