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대신 화만 '부글부글'… 부산 세계라면축제 부실 운영 논란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12 06:00:00

“15개국 2200종 참여” 홍보 불구
韓 2종·태국 5종 등 7종만 나와
참가자, 혹평 쏟아내며 환불 요구
주최측, 비판 일자 수습 않고 잠적
장애인聯·시의회에도 책임론 부상
시민단체 “후원 과정 공개 책임을”

비영리법인과 부산지역 장애인연합회가 주최한 ‘세계라면축제’가 부실한 운영으로 시민과 관람객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가운데 불똥이 부산시의회와 장애인연합회로 튀고 있다.

11일 부산시와 기장군 등에 따르면 ‘2025 세계라면축제’는 이달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예정돼 있었다.
세계라면축제는 비영리법인 희망보트와 부산지역 16개 구·군 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에서 주최하고, 인터넷 매체 펜앤마이크와 송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한 행사다.

주최 측은 축제가 열리는 열흘간 국내 라면업체를 비롯한 일본, 태국, 베트남, 미국 등 세계 15개국 2200여종의 라면 브랜드가 참여한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정작 행사에는 국내 농심 라면 2종과 태국 라면 5종 등 7종의 라면 브랜드만 참여하면서 축제 참가자들로부터 불만과 비난이 쏟아졌다.

이달 2일 개막해 11일까지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세계라면축제’가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축제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자 제공

참가비 1만원을 내고 축제장을 찾은 참가자들은 인터넷에 5점 만점에 0.7점의 평점을 주며 혹평을 쏟아냈다.
방문자들은 “라면 없는 세계라면 축제”, “세계라면축제가 아니라 세개 라면 축제다”, “외국 라면 세 개, 국내 라면은 신라면과 오징어 짬뽕뿐”, “온수가 세수해도 될 정도로 미지근해서 라면을 먹을 수가 없었다” 등의 후기를 올리며 비판을 쏟아냈다.
축제 참가자들은 혹평과 함께 주최 측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비 결제 취소와 환불을 요구했다.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주최 기관인 희망보트는 사태 수습 대신 잠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을 받지 못한 축제 참여 업체들이 대부분 철수하는 바람에 사실상 축제는 조기에 막을 내렸다.
세계라면축제가 파행하자 주최 기관과 후원 기관에 각각 이름을 올렸던 부산시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와 부산시의회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참여연대와 건강사회복지연대는 “해당 축제는 주최 측과 인터넷 언론사 등이 이권을 목적으로 벌인 ‘사기극’이라는 의혹과 비난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부산시의회가 ‘2025 세계라면축제’ 후원 명단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산시는 후원 명칭 사용 허가를 취소했는데, 왜 부산시의회만 후원 결정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부산시의회는 후원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와 부산시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는 행사 기획이나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이름만 빌려줬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의회 관계자는 “시민단체나 민간단체에서 행사 후원기관을 요청해 올 경우 거절하지 못한다”며 “주최 측과 인터넷 매체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단순히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공동 주관사인 펜앤마이크도 한 발 빼는 모양새다.
펜앤마이크 관계자는 “우리는 이름을 빌려주고 광고홍보대행 계약을 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주최 측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라면축제 홈페이지에는 부산지역 국회의원 18명 명의의 축전도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라면축제 관련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