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사직 전공의들이 다시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사직 전공의 일부가 복귀 의사를 밝힌 데다 전문의 양성을 위해 수련 현장 정상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칫 전공의들의 복귀를 종용하는 것으로 비치거나,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특혜가 반복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히 복귀 명분을 찾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협의체인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날 오후 6시까지 사직 전공의들을 상대로 5월 복귀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취합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8일 시작한 이 설문에는 전공의들의 복귀 의향과 함께 이들이 요구하는 복귀 조건 등을 선택하는 문항이 담겼다.
협의회 관계자는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에게 설문을 통해 복귀 의향을 자체 취합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며 "내년 전문의 배출이 이뤄지도록 정부에 이들의 복귀 허용을 건의하기 위해 여론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련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의학회에서도 사직 전공의들이 진행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학회 측은 현재까지 약 300명이 수련병원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다.
이진우 대학의학회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정부도 (전공의 복귀) 근거가 있다면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복귀 희망자 숫자를 확인해 전달하면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사직 전공의 중 고연차(레지던트 3·4년차)를 중심으로 병원 복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등 전공의 집단 내부 기류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는 수련 공백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없다.
지난 3월 올해 전공의 수련이 시작됐으니, 이달 31일 전에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 부족 등으로 내년 3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셈이다.
하반기 모집에 복귀하면 전문의 시험 응시를 위해 다시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올해 초 전공의들을 모집하면서 사직한 전공의가 1년 이내에 동일 과목·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는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수련 특례를 적용했다.
복귀를 원하는 전공의의 경우 수련을 모두 마치고 병역 의무를 할 수 있도록 입영까지 연기해주기로 했지만, 전공의 지원율은 전체 대상자의 2.2%에 그쳤다.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1672명으로, 의정 갈등 이전의 12.4%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정부는 오는 9월 전공의 모집 때까지 추가모집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는데, 최근 의료계가 다시 5월 추가모집을 열어달라고 요구하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추가모집을 검토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회장은 "최종 설문 결과가 집계되는 대로 정부 측과 논의를 시작해 5월 전공의 추가모집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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