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제약사들이 미국에 더 낮은 가격에 약품을 제공하도록 하는 약값 평준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값비싼 미국 약값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로, 미국인들의 약값 부담을 줄이면서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 더 비싸게 약을 팔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은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약값이 59% 이상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장관에게 다른 나라가 의도적으로 불공정하게 자국 약값을 시장 가격보다 낮추고, 미국 가격 급등을 일으키는 관행에 관여하지 않도록 행동을 취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몇 배에 달하는 약값을 내지만, 앞으론 다른 선진국들의 약값 중 최저 가격을 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최혜국대우(MFN)'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약값이 비싼 문제에 대해 제약회사가 아닌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집중 공격했다.
이들 국가가 약값을 너무 낮게 협상해 미국이 전 세계 약품 연구개발(R&D)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제약회사들이 제시한 가격을 무조건 낮추지 않으면 제품 판매를 막겠다고 협박하며, 낮은 수준의 가격을 강요해 비용 부담을 부당하게 미국 환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들은 대개 정부가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며 제약회사와 직접 협상해 약값을 낮추지만, 미국은 일반적으로 제약회사들이 가격을 정하도록 해 가격 차이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와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을 돕고, 다른 나라가 협조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꼬집었지만, 향후 한국과 무역 협상 테이블에도 약값이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간 미국 제약사들은 혁신 신약에 대해 한국이 가격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USTR은 올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제약 및 의료 기기 산업의 경우 한국의 가격 책정 및 변제 정책에 투명성이 부족하고, 정부의 정책 변경에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혁신제약사(IPC) 인증 정책에 대해 투명성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이 어떤 의약품에 적용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특히 불평등이 크고 지출이 가장 많은 약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두 가지 범주를 모두 충족하는 GLP-1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는 위고비, 오젬픽, 젭바운드 등 체중 감량 약물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약물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서명식에서 자신의 친구가 같은 약을 런던에서는 88달러, 뉴욕에선 1300달러를 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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