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선 할머니 추모' 1700차 수요시위…"남은 6명 사과받을 때까지"더팩트 기사제공: 2025-05-14 16:18:02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4일 정오 서울 종로구 구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제1700차 수요시위를 열었다. 이날 수요시위는 차분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 할머니의 생애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 묵념과 공연 등으로 시작했다. /이다빈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1700차를 맞이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수요시위)'가 지난 11일 별세한 고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수요시위를 찾은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이 할머니를 기억하고 남은 생존자 6명이 공식 사과를 받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구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제1700차 수요시위를 열었다. 이날 수요시위는 차분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 할머니의 생애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 묵념과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대학생과 직장인, 외국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 300여명은 25도가 넘는 뜨거운 햇빛 아래서도 '공식사죄, 법적배상'이라고 적힌 보라색 종이 모자를 쓰거나 양산, 선글라스를 쓰고 자리를 지켰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이라는 끈을 머리나 목, 손목 등에 둘러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도로 위에 방석을 깔고 앉은 채 '일본은 식민지배 역사 인정하고 사죄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머리 위로 들고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 회복 위해 적극 나서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이 할머니에게 헌화하는 행렬도 이어졌다. 현장에 설치된 추모 공간에는 이 할머니가 생전 수요시위에 참가해 활짝 웃고 있는 영정사진과 양초가 놓여 있었다.

고등학생 윤소연(19) 양은 "지난주 이 할머니가 별세하셨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오히려 힘차게 얘기하셨고 그 누구도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며 큰 용기를 내셨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 같은 거대한 권력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까지 1700번이나 계속된 수요시위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얘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요시위는 이 할머니에게 헌화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현장에 설치된 추모 공간에는 이 할머니가 생전 수요시위에 참가해 활짝 웃고 있는 영정사진과 양초가 놓여 있었다. /이다빈 기자

대학생 정찬호(21) 씨는 "우리 곁을 떠난 이 할머니는 '걷기도 힘든데 왜 일본까지 와서 말을 하는지 생각해 달라', '일본 정부에 아무리 요청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할머니들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일본 정부와 동조자들은 부정의한 과거와 행동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바람은 결코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1700차까지 이어져 온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부조리의 역사를 끝까지 기억하려는 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1700차 수요시위를 기념해 '이 아픔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겠다', '영원히 기억하고 끝내 바로 새길 것', '피해 여성이 한 분이라도 진실된 사과를 받길' 등의 메시지를 적었다.

다음달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길 기다리는 것이냐.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 있는 것은 그냥 죽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다음 대통령은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문제를 제일 먼저 해결하길 간절히 부탁한다. 꼭 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울먹였다.

이날 수요시위 현장 맞은편에는 일부 극우세력이 "네가 무슨 위안부 피해자냐"며 일장기를 흔들고 고성을 지르며 시위를 방해했다. 참가자들은 "시끄럽다", "경찰은 당장 극우세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현행범 체포하라"며 항의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11일 향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할머니는 14살 때 중국 옌지(延吉)로 끌려가 3년 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고, 2002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강연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일본과 호주, 독일 등 전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40명 가운데 6명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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